《편집자가 알려주는 중학생의 글쓰기》 의 숨은 이야기
보름 넘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세네 개의 원고를 쉴 틈 없이 번갈아 읽으면서, 가급적 여유로울 때 책을 내는 게 좋다는 당연한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틈틈이 인터넷 서점을 들여다보고 서점에서 직접 책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아쉬운 순간이 적지 않았습니다. 브런치에 올릴 글을 미처 구상하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이고요.
그래서 오늘은 브런치에 저의 책 《편집자가 알려주는 중학생의 글쓰기》에 나오는 몇몇 문장을 올려볼까 합니다. 많은 분의 관심으로 매일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꾸준하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몇몇 작가 지망생이나 초보 작가가 이러한 점을 간과합니다. (중략) 하지만 글쓰기 실력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글을 쓰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정체될 수 있습니다. - 10쪽
→ ‘빨리빨리’를 외치며 무조건 책이 빨리 나오기를 원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물론 특정 시기나 프로젝트에 맞춰서 서둘러 나와야 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몇몇 작가는 자신이 할 일은 대폭 줄이고 편집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서 일정을 당기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때는 책을 빨리 받아볼지는 몰라도 결국 글쓰기 실력이 정체되고 맙니다. 이 문장을 쓰면서, 발전하지 않은 상태로 이전 책과 비슷한 원고를 보내오던 작가들이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이 어떠한 기준을 세우고 글을 대하더라도 별문제는 없지만, ‘누구든 읽어보고 재미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워 주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것의 기준이라면 대단히 위험합니다. 이 기준은 완성되어 세상에 나온 창작물과 자신의 글을 비교하는 경우일 때가 많은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을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들인 결과물과 견주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18~19쪽
→ 이 문장을 쓰면서는 “제 원고는 왜 이렇게 못나 보이죠?” 하고 자책하던 작가들이 떠올랐습니다. 시중의 많은 책이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친 다음 세상에 나옵니다. 따라서 초고 상태에서 벌써부터 결과물이 나쁠 거라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도 편집자와 메일을 여러 번 주고받다 보면 많은 작가가 이러한 걱정을 금방 내려놓더라고요.
다음은 문장을 다시 써보는 것입니다. 일할 때 원고의 어려운 문장을 문단 통째로 옮겨 적은 적이 종종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 내용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면, 나만의 스타일로 그 문장을 재창조해보세요. 문장에서 주어나 목적어의 위치를 바꿔본다든가 형용사나 동사를 유의어로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 43쪽
→ 1년차 편집자 시절에 제가 해오던 방법입니다. 그때는 유독 문장이 복잡하게 얽힌 원고를 많이 맡았거든요. 처음에는 교정지에 수정 사항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이면지를 꺼내서 문장을 아예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더라고요. 이 방법으로 교정 실력을 많이 키웠습니다. 글쓰기에도 꽤 도움이 되었던 터라 이 책에도 적어보았습니다.
초고에서 첫 문장은 다음 문장으로 연결하는 다리일 뿐, 아직 글 전체를 아우를 만한 힘이 없습니다. 어쩌면 글을 고쳐 쓰는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다른 문장이 첫 문장으로 대체될 수도 있지요. 오히려 초고에서 첫 문장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해요. 첫 문장뿐 아니라 글 중간에 들어가는 핵심적인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 56쪽
→ 이 내용은 웬만한 글쓰기 책이나 강의에서 접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첫 문장이 아니더라도 특정 문장이나 내용에 꽂혀서 편집자에게 꼭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작가가 종종 있습니다. 자신이 지어놓은 책 이름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하고요. 물론 되도록 그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만, 편집 작업을 거치면서 내려놓아야 할 순간도 적지 않습니다. 몇몇 작가는 이 과정에서 낙담하거나 화내기도 하는데요. 좋은 책을 만드는 과정임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많은 작가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간했습니다. 그때를 기억하며 책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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