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실패했는가?

작가에 실패한 브런치 작가가 알려주는 이상한 이야기

by 나른히
실패로 공모전에 응모했다면
참가상이라도 받았을 텐데.


학창 시절부터 작가를 꿈꾸고 대학교 졸업 후 수년간 여러 공모전에 도전한 결과, 나는 실패했다. 그것도 처참하게.

참가상은커녕 누구는 쉽게 받는다는 몇천 원짜리 기념품도 받아보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도 비참하다.

나는 이 슬픈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몇 년 간 이어졌던 낮에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밤에는 이름 없는 작가 지망생으로서 글 쓰는 삶을 포기하였다. 별다른 활동 없이 퇴근하고 오면 집에서 뒹굴고 놀았다. 뭐, 가끔 책도 좀 들춰보고….


그래도 마음속에 아쉬움이 남았던지, 며칠 전 단편소설 공모전에 그전에 써놓았던 글을 응모했다. 응모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은 건 ‘내가 정말 글을 개판으로 써놨었다는 것’이다.

이번 공모전의 단편소설 응모 분량은 내가 써놓았던 것보다 다소 적었다. 그 때문에 분량을 줄이기 위해 다시 찬찬히 소설을 읽어보았는데, 글에 필요 없는 곁가지가 상당했다. 이리저리 가지치기했더니 얼추 응모 분량과 맞아떨어지는 것을 두 손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이러니 공모전에 떨어지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뭐, 그전까지 대충 이런 마음으로 공모전에 도전했던 게 아닐까... (출처: ebs <자이언트 펭TV>)


비나이다 비나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작가 지망생은 비가 올지 확신하지 못한 채 마른하늘에 기우제를 올리는 나라님과 같은 신세다. 성과가 바로 나지 않고, 심지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삶은 글쓴이를 어느 순간 그늘 밑에 가둔다. 그늘 속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에게 햇빛을 비추며 글을 쓰다가도 또 어느샌가 지치면 그늘 밑에 쭈그려 앉아 있는 신세.


나의 마음이 극단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문인지 글쓰기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을 보면 괜히 씁쓸해진다(그 사람은 별 고민거리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예전에는 같이 한숨을 쉬어주는 정도였다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나름대로 고민에 자그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작가 지망생이 아닌 편집자의 눈으로 글을 바라보게 되면서 글쓰기에 꽤 좋은 팁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부족하지만 앞서 써낸 글들에 몇 번 담아내었다.


한 말 또 하고, 그게 그것 같겠지만.


이번에 또 그 팁을 우려먹으려 한다. 양심에 찔리니 나의 경험담을 조금 담아내서. 내 이야기를 전보다 조금 더 첨가했을 뿐, 사실 별다른 이야기는 없을 수 있고 이게 팁인가 싶을 수도 있다. 나는 따로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없고, 체계적으로 업무를 습득하지 못한 채 무작정 출판사로 들어섰다. 그래서 다소 의아한 내용이 튀어나오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으로 내가 부지런히 글을 쓸 수 있을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그저 누군가 나의 실패를 발판 삼아 좋은 결과를 얻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


오늘도 회사 앞으로 투고 메일이 여럿 도착했다. 많은 작가 지망생의 건투를 빈다.



출처: Photo by Cathryn Laver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