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꼭 일기를 들춰가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을 필요는 없다. 나의 관심사나 최애,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로부터 글이 시작된다는 사실.
이 사실을 간과하고 나는 한때 무턱대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배경이 빈약한 탓에 이야기 곳곳 빈틈이 넘쳐났다. 그야말로 터무니없었다. 그러면 빈약한 부분을 채우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많은 직장인이 공감하겠지만, 퇴근하고 와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정말 용한 일이다. 언제 빛을 볼지 알 수 없는 일을 하자고 집에 돌아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타자를 눌러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중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다독이게 된다. “아 오늘은 일찍 자려고 했는데.” 하면서.
나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많은 작가가 나를 발견하는 것에서 글을 시작했다는 인터뷰를 여럿 보았음에도 부족한 글솜씨로 나와 딴판인 것들을 자꾸 만들어냈다. 가령 소설을 썼다면 이야기 속 주인공은 나와 달리 진취적이거나 괜히 애절했다. 물론 주인공이 그래도 된다. 다만 나의 경우처럼 시간이 없거나(또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싶거나) 타자를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정신력을 소진한다면 좋은 선택은 아니다. 주인공에 얽힌 사건과 배경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을 정당화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나를 다룬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적어도 주인공의 성격에 그럴만한 이유를 붙일 수 있다. 아니, 내가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데! 행동도 로봇의 삐걱거리는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니라 사람이 걷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진다. 아니, 내가 그런 일을 겪으니 그런 행동을 하게 됐다는데!
자연스러움을 바탕에 두고 글을 쓴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다. 오돌토돌한 부분을 매만질 수고를 다른 데에 쓸 수 있으니까. 에세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좋은 평가를 받는 에세이들을 잘 살펴보면 작가가 자신의 관심사를 잘 녹여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좋아하는 게 없다면 찾아보자
하지만 좋아하는 게 딱히 없거나 남들이 다 좋아해서 글감으로 끌리지 않거나, 그도 아니라 좋아하기는 하는데 깊이 파보지 않아 쓸모가 없어 보인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그럴 때는 글을 쓰는 것보다 관심사를 찾고 깊이 파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독서도 좋고 영화 감상도 좋고 덕질도 좋고. 이 과정을 틈틈이 글로 남겨두면 따로 글을 쓰는 데 힘들일 필요도 없다. 또한, 이 과정이 계속 이어지면 꼭 나를 다루지 않더라도 쌓아 올린 이야깃거리들로 진취적이거나 괜히 애절한 주인공들을 잘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도 다 내가 좋자고 하는 일인데, 지압 슬리퍼를 신고 걸어 다니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필요가 있을까? 나를 찾는 과정이 잠시 글을 멈추게 하더라도, 그럼에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보기를 권한다.
나의 경우, 이 과정이 현재까지 꽤 오래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브런치에 내가 겪어온 일들을 담담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키보드를 붙잡고 한숨만 푹푹 쉬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나랑 딴판인 주인공들을 그려낼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커버 사진: Photo by Daniel Cheun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