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보다는 쓰기를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

by 나른히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라.”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점은 ‘글을 꾸준히 쓰려면 결국에는 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글 쓰는 습관은 써야만 만들어진다.

(지금은 별로 없지만) 간혹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이유로 글을 잘 쓴다고 자부하며 투고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지 않았다. 독서로 머릿속에 지식은 많아졌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글로 녹여내지 못해 들여다보면 출판사의 보도자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독서 습관이 글쓰기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기승전 ‘글쓰기’

출판사로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글과 관련 없는 일을 할 적에는 글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핑계로 괜히 책만 읽어댔다. 생각해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것 같다. 좋은 문장을 보면 그 문장이 머릿속에 박혀서 글을 쓸 때 술술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오랫동안 기억하려면 어딘가에 메모를 해둬야 하는 것처럼, 결국에는 적어야 한다. 가만히 책을 읽는 것은 잠시나마 지식을 쌓거나 재미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글쓰기 실력과는 상관이 없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한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a_7404322040_1cf382c4ad05f129c0a167c53844fb09eba1f605.jpg 글쓰기가 힘들어도 결국에는 써야 하는 현실(출처: EBS <자이언트 펭TV>)


기자나 편집자 등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취미로도 글쓰기를 이어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습관이 중요하다.

작심삼일의 대가인 나로서는 아마 편집자라는 일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글쓰기 실력이 영원히 바닥을 기었을 것이다. ‘왜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하지?’라고 생각하며 매일 좌절했겠지. 물론 지금도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자책하지는 않는다. 전에는 나의 실력에 대해 막막해하며 걱정했다면, 현재는 ‘이러니까 글을 못 쓰지’라고 생각하며 나의 문제점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글 먼저 책은 그다음에

물론 책을 읽어야 한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책을 찾게 된다. 편집자 초반 때 내 글이 유난히 감성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그전까지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진지한 인문 도서를 찾아봤었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책을 글쓰기로 찾은 것이다.

개인적인 글쓰기라도 어느 순간 벽을 마주하고 진도가 이어지지 않으면 그때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찾을 수 있다. 그전까지는 그것도 모르면서 괜히 글쓰기 실력을 키워준다는 카피만 믿고 책들을 여럿 사들였다. 몇몇 책은 도움이 됐지만, 그 외의 책은 나의 경우와는 거리가 멀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에서 만들어준 글쓰기 습관은 ‘강제’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나처럼) 의욕이 샘 솟지 않는 사람이라면 혼자서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도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글을 써보자. 규칙을 어기면 나 자신을 맴매하며 다시 글을 써보자. 브런치 등 SNS를 활용하는 것도 좋고, 글쓰기 모임 등에 참여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글을 잘 쓰려면 읽는 것보다 먼저 써야 한다는 것.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 여러 번 실패해본 처지에서 말하건대 결국 써야 한다.



커버 사진: Photo by LUM3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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