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지인으로부터 밀리의 서재 한 달짜리 구독권을 얻었다.
덕분에 한 달간 부랴부랴 책을 읽어댔다. 역시 사람은 마감이 있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몇 달 동안 읽은 책보다 훨씬 많은 수의 책을 읽었다(오디오북과 챗북은 읽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의 장점은 빠르게 휙휙 읽을 수 있다는 게 아닐까. 특히 여러 도서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 경우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무튼 30일의 독서 여행은 무척 뿌듯했지만, 구독 형태로 전자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기에 낯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약간의 불편함을 겪었다. 그런 의미로 여기에 밀리의 서재에 대한 나의 아쉬움을 풀어내고자 한다. 물론 공짜로 읽었지만, 사놓은 종이책을 웬만큼 읽고 나면 돌아갈 예정이므로.
1. 작가 이름을 클릭하고 싶어요!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골라서 클릭했다. 커다란 표지 이미지와 함께 서지정보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저런 내용을 훑어본 다음, 작가의 다른 책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큼지막한 검은 고딕체의 도서명 아래에 있는, 작은 회색 고딕으로 처리된 작가의 이름을 클릭할 수 없다. 왜죠?
잠시 당황하다가 목차 아래에 있는 ‘저자 소개’ 코너를 찾았다. 그런데 여기에 적힌 작가 이름도 클릭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 톡톡, 여러 번 애달프게 두드려보다가 결국 돋보기 아이콘을 클릭했다. 직접 타자 쳐서 검색하는 수밖에.
2. 출판사 이름을 검색하고 싶어요!
밀리의 서재에 막 발을 들이던 그때, 나는 어느 출판사를 떠올렸다. 그 출판사의 신간들을 몽땅 읽어보려고 벼르다가, 전에 사놓은 다른 책들에 밀려 아직 읽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출판사 이름을 검색창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검색 결과가 없단다.
‘아직 밀리의 서재와 연이 닿지 않은 출판사인가 보다.’ 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우연히 메인 화면에 그 출판사의 책이 뾰로롱 하고 나타났다. 뭐지 싶어서 책을 클릭해보니, 커다란 표지 이미지 아래 ‘밀리 완독 지수’ 너머로 그 출판사의 시리즈가 당당히 얼굴을 내밀었다. 여러 권의 책과 마주했을 때의 먹먹한 기분이란. 그저 검색만 되지 않을 뿐이었다.
Photo by Georgie Cobbs on Unsplash
특정 출판사의 책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다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1. 생각나는 도서명을 검색창에 입력하여 책을 클릭한다(생각이 안 나는 순간 꼬이기 시작한다).
2. 스크롤을 쭉쭉 내려 책 소개 아래에 있는 기다란 표에서 ‘출판사’를 찾는다(모바일이라면 오른쪽으로 휙휙 넘겨야 한다).
3. 출판사 아래 밑줄 처리된 출판사 이름을 클릭하면 끝. 헉헉, 힘들다.
3. 지적교양으로 합치지 말아 주세요!
‘지금 서점 베스트셀러’나 ‘이번 주 취향별 추천 책’에는 ‘지적교양’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이 카테고리로 말할 것 같으면, 심리학부터 미술, 과학, 역사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른다. 과학책을 찾다가 미술책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심리책을 찾다가 다시 과학책 쪽을 훑어보는 무계획의 즐거움이 있기는 했지만, 범위가 넓어도 너무 넓은 것 같다. 작정하고 해당 분야의 추천 도서를 찾으려 하면, 오랫동안 핸드폰과 씨름을 해야 한다.
뭔가 ‘트렌드’, ‘라이프’, ‘힐링’에 독자들이 즐겨 찾는 책을 모아놓고, 나머지 책들을 지적교양으로 분류한 느낌이랄까.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 구석구석 구경하듯 곁눈질로 책을 찾아보려던 나의 계획은 매우 험난했다.
4. 책을 다 읽으면 기분이 매우 좋거든요!
(비교를 좋아할 사람이 있겠느냐마는)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입한 전자책, 즉 인터넷서점에서 제공한 전자책 뷰어로 전자책을 읽을 때만 해도 완독의 재미가 있었다. 다 읽으면 ‘마지막 페이지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평점을 남기라는 창이 뜨면서, ‘완독 도서’로 설정할 수 있었다.
밀리의 서재는 ‘내 서재’ 속 도서명 아래 ‘100%’라고 완독 표시가 뜨기는 하지만, 뭔가 아쉽다. 완독한 나 자신을 밀리의 서재가 조금 더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맨 처음 밀리의 서재에서 한 권의 책을 다 읽었을 때 어정쩡하게 창을 닫으면서(내 경험으로는 별다른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무척 아쉬웠던 터라 괜히 적어본다.
커버 사진: Photo by Georgie Cobb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