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님, 그러니까 이렇게 해주시면 돼요.”
책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용어’다. 내가 디자이너와 소통할 때 지칭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돌려 말한, 편집 관련한 용어들이었다.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 용어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곳도 더러 있어서, 사소한 용어라도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다. 아니면, 주워들어서 배우거나.
이외에도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를 보다 보면, 출판 편집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민음사TV에서 책 편집, 기획, 마케팅 등과 관련한 콘텐츠가 올라오면, 꼭 찾아서 보는 편이다. 다만, 아무래도 일할 때 유튜브를 볼 수는 없으니 이런 영상들은 일을 멈추고 쉬어갈 때 찾아볼 수밖에 없다. 분명 쉬는 것 같은데 쉬는 것 같지 않은 게 단점이랄까. 자꾸 일하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괜히 일 생각이 들어 책 관련 유튜브를 자주 찾아보지 않았지만, 이제는 틈틈이 봐야겠다. 그리고 어딘가에 메모해 놓아야겠다. 우선 오늘은 브런치에 메모하는 걸로.
1. 본문 정렬
출처: 유튜브 민음사TV(https://youtu.be/GfvHnIe_eME)
보통 본문 정렬 형태를 디자이너에게 이야기할 때, 한글 프로그램에 적힌 대로 ‘왼쪽 정렬’ ‘가운데 정렬’ ‘오른쪽 정렬’ 이런 식으로 전달했다. 특히 가운데 정렬을 부탁할 때가 많았는데, 나중에는 교정지에 ‘가운데 정렬’ 다섯 글자 쓰는 것도 벅차서 ‘가·정’이라고 줄이기도 했었다.
이 영상에서 배운 건, ‘오른흘림’이다. ‘단어 단위로 끊는 정렬’ 방식으로, 즉 단어가 잘려서 나머지 부분이 아랫줄로 내려가지 않는다. 한 단어가 온전히 문장 속에서 붙어 있는 형태로, 외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윌북 출판사의 『컬러의 말』 등 국내 도서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편이다.
영상에서도 말하다시피, 단어가 잘리더라도 문단 너비를 맞추는 ‘양끝맞춤’을 거의 쓰다 보니 오른흘림이라는 말 자체를 꺼낼 일이 없었다. 이참에 배워뒀으니,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예상과 달리 오른흘림으로 이루어진 책도 읽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2. 책날개 없는 문고판
출처: 겨울서점 Winter Bookstore(https://youtu.be/Ygo4XcYmP1k)
용어에 관련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듣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하나. 바로 ‘책날개’다. 영상에서 시간의흐름 출판사의 『음악의 언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 책에는 책날개가 따로 없다는 말과 함께, 김겨울 님이 어느 편집자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이야기가 신선했다.
“이제 제 책도 이번에 책날개가 없는데요, <책의 말들>이. 저의 편집자님의 말에 따르면 이 책날개가 책을 보호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책날개 때문에 책이 상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대요. 왜냐면 책을 쌓아놓으면 책날개 있는 쪽만 이렇게 올라가거든요.” - 영상에서 발췌.
많은 책이 매대가 서가에 꽂히기 전까지는 쌓은 형태로 보관되기 때문에, ‘책날개가 오히려 책을 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바로바로 팔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로 몇 달에서 몇 년간 쌓여 있는 책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여겼던, 책날개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 다음 책을 만들 때 한번 고려해봐야겠다.
커버 사진: Photo by Szabo Vikto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