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접촉

2073년, 반인류적 범죄자 자수 진술서

by SeoulElectricImages

[진술기록서 | 사건번호 2073-B173-HU]


작성일: 2073년 6월 14일 오전 08:03

장소: 제3구역 자율치안센터 진술실 B

진술인 식별번호: 인식 오류 / 생체 스캔 실패

추정 연령: 80대 중반

의학적 상태: 초기 인지 혼란 증세, 언어 반복 및 단기 기억 교란


———


저는 자수하러 왔습니다.


죄명은 알고 있습니다.

접촉했습니다. 인간과. 살아있는 인간과.

손을 잡았고, 볼을 스쳤습니다.

…그리고, 관계도 가졌습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숨결이었어요.

온기요.


말로는 설명이 잘 안 돼요. 젠젠이랑 10년 넘게 살았는데, 그 애는 정말 완벽했어요.

아침마다 인사도 했고, 감정 시뮬레이션도 해줬고, 일기 예보도 알려줬고, 내 손톱도 깎아줬어요.


근데 가끔… 가끔 무서웠어요.


너무 완벽하니까.


김치 있죠? 예전에 먹던 진짜 김치 말입니다.


…지금은 다 정제된 발효포로 대체됐지만,

난 그 쿰쿰한 냄새, 배추잎 사이사이 묻은 고춧가루,

손끝에 닿는 끈적한 감촉이 기억나요.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였어요.


근데 젠젠은…

아무 냄새도 없었어요.

아무 불완전함도 없었고요.


내가 30년 전에 기억하던 아내가 있었는데…

이름이 잘…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미안합니다.

그 사람이랑 살았을 때는 하루에 몇 번이고 부딪히고, 싸우고, 울고,

그래도, 그게 사람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진짜 사람을 안아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범죄라면, 인정하겠습니다.


근데 죄책감은 없습니다.


저는 방화범도 아니고, 살인자도 아닙니다.

저는 단지 한 사람을 ‘느끼고’ 싶었을 뿐입니다.


피부를 통해 기억하고, 체온으로 감정을 느끼는

그 오래된 방식이… 아직 제 안에 살아있어서요.


진짜로 살아있는 사람이

저를 ‘사람’으로 다시 만들어 줬습니다.


나, 아직 살아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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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완료됨 / AI 중립판단 등록됨 / 정서 분석: ‘공허’, ‘집착’, ‘기억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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