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기계 프리셋

맛있는 라면 레시피

by SeoulElectricImages

라면을 끓이는 것도 이제는 완벽했다.

물의 양은 480ml, 끓는 시간은 3분 42초.

기계는 스스로 불 세기를 조절했고, 면은 늘 같은 질감으로 익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라면이 싫어졌다.


어느 날부터는 일부러 설정값을 조금씩 바꿨다.

소금 농도를 1.2배로, 물 온도를 95도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살짝 다른 맛이 나도록 했다.

그게 마치 살아있는 일 같아서, 잠시 기분이 나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나는 기계를 껐다.

냄비를 올리고, 물을 대충 부었다.

불 세기를 조절하지도 않았다.

그냥 끓고, 넘치고, 식고, 엉망이 되어가는 걸 지켜봤다.


면발은 불었고, 국물은 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라면이 맛있었다.

뜨거운 김이 얼굴에 닿자, 살아 있다는 감각이 되살아났다.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엉망인 그 한입이 좋았다.


완벽은 죽음이었고,

불완전이야말로 인간의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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