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나무
나는 과일나무를 키우려고
아주 넓은 땅에 씨앗을 잔뜩 심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과일을 팔아서
부모님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좋은 차도 타고,
내 삶도 조금 풍족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씨앗을 한 줌씩 뿌려두고
며칠, 몇 주, 몇 달을 기다렸다.
아무 변화가 없어서
다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딱 하나가 아니라
들판 여기저기에서
조그맣게 싹이 올라와 있었다.
엄지손톱보다도 작고,
바람만 조금 불어도 흔들릴 만큼 연약한데
나는 그게 이미 과일처럼 보였다.
아직 멀었지만
벌써 마음이 들뜨고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흥분할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새싹들은 지금이 가장 약한 시기니까.
비가 와야 할 땐
하늘을 보며 기우제라도 지낼 거고,
비가 오지 않으면
내가 직접 물을 들고 나가 줄 것이다.
바람이 세게 불면
내 몸으로라도 막아줄 생각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이 작은 새싹들이
잘 자라서
줄기가 되고 가지가 되고
결국엔 과일이 열릴 때까지
나는 계속 들판을 돌볼 것이다.
아직 시작이지만
분명히 시작은 됐다.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히 좋다.
그리고 나는,
이 새싹에서 무수하게 열릴 과실을
이미 정확히 보고 있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