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명
미국의 대학 시절이었다.
친구를 따라 우연히 들어간 작은 클럽에서
나는 처음으로 타악기 중심의 EDM을 들었다.
의외였지만,
그 동네에서 가장 음악이 좋았던 곳은 게이 클럽이었다.
북과 금속음, 전자음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그 힘이 몸을 먼저 움직이게 했다.
그날 이후, EDM은 내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
더 놀라웠던 건 DJ들이었다.
한국에서 보던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대부분 중년의 아저씨들.
춤추지도 않고, 말도 없었다.
조용히 테이블 앞에 서서
정교하게 비트를 다루는 장인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집중이 클럽 전체를 움직였다.
그 침착한 에너지에 나는 완전히 매료됐다.
주말이면 동네 바에서 열리는
로컬 밴드의 잼 세션도 자주 갔다.
악기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즉흥의 순간.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리듬.
그 흐름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사물놀이를 떠올렸다.
그 리듬의 원형이
어쩌면 내 안에 있었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그래서 나는 장구를 배웠다.
2년 동안.
장구를 칠 때마다
가슴과 배가 동시에 반응했고
외국에서 들었던 비트들이
결국 같은 뿌리라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그때부터 나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나는 세계의 리듬과
내 뿌리의 리듬을
하나로 잇고 싶다.
게이 클럽의 타악기 EDM.
조용한 장인 DJ들의 집중.
로컬 밴드의 즉흥연주.
그리고 사물놀이의 깊은 흥.
이 네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
내 음악이 설 것이다.
이건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걸어가려는 길에 대한 선언이다.
누군가 내 음악을 듣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 리듬.
그걸 만들고 싶다.
그걸 세계에 전하고 싶다.
그게 내가 만든 음악이고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