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의 선언

유미

by SeoulElectricImages

우리는 너무 오래 물을 믿어왔다.

깨끗한 것만이 옳고,

투명한 것만이 바르고,

무미한 것이 순수하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생명은 물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물은 무대였고,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을 움직인 건

언제나 소금이었다.


단 하나의 이온이 흔들릴 때

세포는 깨어났고,

미세한 전기가 튈 때

우리는 처음으로 ‘나’를 느꼈다.


욕망이라 부르며 숨기던 것,

본능이라며 깎아내리던 것,

우리를 죄다 불편하게 만들던 그 짠맛이

사실은 존재의 첫 호흡이었다.


소금이 없으면

물은 그냥 물이다.

흐르고, 스며들고, 사라질 뿐

단 한 번도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야 안다.

순수함은 무미가 아니라

감각이며, 떨림이며, 반응이라는 것을.


생명은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우리를 태운 건 투명함이 아니라

짠맛이었다고.


가장 맛없는 것은 물이고,

가장 맛있는 것은 소금이다.


이것이 나의 선언이다.

짠맛 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으며,

짠맛 없이 살아가는 존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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