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
우리는 너무 오래 물을 믿어왔다.
깨끗한 것만이 옳고,
투명한 것만이 바르고,
무미한 것이 순수하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생명은 물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물은 무대였고,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을 움직인 건
언제나 소금이었다.
단 하나의 이온이 흔들릴 때
세포는 깨어났고,
미세한 전기가 튈 때
우리는 처음으로 ‘나’를 느꼈다.
욕망이라 부르며 숨기던 것,
본능이라며 깎아내리던 것,
우리를 죄다 불편하게 만들던 그 짠맛이
사실은 존재의 첫 호흡이었다.
소금이 없으면
물은 그냥 물이다.
흐르고, 스며들고, 사라질 뿐
단 한 번도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야 안다.
순수함은 무미가 아니라
감각이며, 떨림이며, 반응이라는 것을.
생명은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우리를 태운 건 투명함이 아니라
짠맛이었다고.
가장 맛없는 것은 물이고,
가장 맛있는 것은 소금이다.
이것이 나의 선언이다.
짠맛 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으며,
짠맛 없이 살아가는 존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