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도착
나는 십 년을 꾸준히 걷기로 했다.
한때는 짧은 코스를 원했다.
단거리로 전력질주해서
남들보다 먼저 골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알았다.
내가 가려는 곳은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다는 걸.
그래서 코스를 바꿨다.
십 년.
골인 지점을 십 년 뒤에 두었다.
그리고 뛰지 않기로 했다.
차분하게 걷기로 했다.
숨이 차오르는 속도 대신
끝까지 갈 수 있는 속도를 택했다.
이 길의 끝이
산 정상일지
아무도 없는 능선일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십 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하기에
가장 빠른 시간이라는 것.
가장 정확한 시간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도 걷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멈추지도 않는다.
나는 지금
나에게 가장 먼 길을 선택했고,
그 길이 결국
나를 가장 빨리 데려다줄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페라리 488은
지금이 아니라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간 사람에게
맡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