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Space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거나
"Personal space가 뭐야, 엄마?" 동네 커뮤니티센터의 데이캠프에 다녀온 후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밴쿠버에 온 지 1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라 내 아이는 캐나다 문화에 대해 '노출'되는 중이었다. 내 아이가 친구나 선생님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불편하게 만든 상황이 있었나 보구나, 하고 생각했다.
'personal space'를 아이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건 한국에는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이 아닐까? 친한 친구를 만나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다니고, 내가 아주 어릴 땐 같이 화장실 칸에도 함께 들어갔다... 비위약한 내가 왜 그랬는지 어떻게 그랬는지 모를 일.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잠자리 분리를 하지 않고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자는 부모들도 있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부모님에게서 거리를 두고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들이 많다. 맞벌이 부부들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부모님이 부모가 된 자신의 자녀를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보는 일은 흔한 일이다. 조부모와 부모가 같은 동네에 살며 자주 왕래하며 육아를 도와주시기도 하는데 부모님이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가정도 흔하다. 이처럼 한국의 노인 세대의 모습은, 자녀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거나, 자녀에게 (경제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돌봄을 받거나. 그중 하나인 경우가 많았다. 노인들의 삶은 그리 크게 다양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의 노인들은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수영장에서는 백발노인이 자신이 타고 온 휠체어를 옷장 옆에 세워두고 수영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이곳의 수영장은 휠체어를 탄 채 물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버스에서도 걸음마 보조기를 앞에 세운 노인들이 아무런 장애 없이 버스에 타고 내린다(버스 높이가 보도 턱의 높이에 맞춰 조절되는데, 버스 기사는 승객이 교통약자 좌석에 안전하게 앉았는지 확인하고 출발한다. 그리고 내릴 때도 승객들에게 그 손님이 먼저 내릴 수 있게 다른 사람들이 오가지 못하게 하고, 버스가 오래 멈춰있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북클럽에서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참석하고, 책의 배경이 되는 곳-자신이 40년 전에 살았던 나라-에 대해 설명해 준다.
drop-in으로 들어간 수영장, 옆의 풀에는 Aqua fit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ABBA 노래에 맞춰 물 안에서 걷고, 돌고, 다리를 들고, 흔드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문득 20년 뒤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나도 저들처럼, 건강하게,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만족하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독립성을 잘 지켜나가며 'personal space'를 유지할 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