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mmer

벤쿠버에서 수영하기

by 메이


"다음 학기 등록했어?"

"응. 남편이 토론토 공항에서 비행기 연착되는 동안 큰 애 신청하고 나는 딸 수업 등록했어. 네 아이도 등록했어?"

"응. 내가 하나 하고 남편도 하나 해줘서 다음 텀에 2개 수업 들을 수 있게 됐어!"

"애들이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해!"

"당연하지. 휴 정말 떨렸다고."



신청날짜 공지가 뜨면 엄마들끼리 공유를 하고 대학교 때 수강신청보다 더 긴장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수강신청 전쟁에 뛰어들게 되는 것. 바로 수영수업이다.



집 앞 걸어서 5분 거리에 좋은 수영장이 하나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즐길 수 있는 곳-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강사를 따라 Aqua-fit을 하는 시간도 있고, 무릎 정도의 깊이에서 1.2M 수심으로 이어지는 Leisure pool에서는 꼬마들이 보호자와 물놀이를 하고, 노인들은 지팡이를 수영장 한편에 세워놓고 수영을 즐긴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문제없이 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고 Sauna나 Hot Tub 시설도 갖추어진, 4.5M 수심 풀에서는 스쿠버다이버들이 연습하는 꿈의 수영장.



그리고 내 아이는 바로 이 수영장에서 수영을 처음으로 배웠다.



한국에서의 수영 첫 시간, 보통 강사가 어디까지 배웠어요? 물어보면 기억을 더듬다 자신 없는 말투로 00 하다 말았어요.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 벤쿠버에서는 "수영성적표"라는 것이 있다. 수영성적표는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해당 단계에서 요구되는 기술 중 개인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강사가 체크하도록 되어있고 상세한 피드백과 함께 다음 텀에 어떤 수업을 신청해야 할지 공지하도록 되어있다. 그 단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것들을 잘 수행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수하지 못하면 그 단계를 재수강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성적표에 자랑스럽게 붙어있는 배지는 덤이다!



작년 가을에 벤쿠버에 와서 처음으로 수영장에 가본 우리 아이는 (어릴 때 사람들이 많은 워터파크에 데려가지 않았다) 처음엔 몸에 닿는 물의 느낌이 간지럽다며 수영장 물 안에 있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발차기하는 대신 수영장을 걸어 다녔고, 풀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도 무서워 난간에 앉은 후 바닥에 내려가곤 했다. 결국 눈감고도 통과한다는 1단계 재수강! 그랬던 우리 아이가 1년 만에!! 4.5M 수심의 풀에서 무릎 꿇고 다이빙을 하고, 다이빙 대에 올라가서도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가고(여기에서는 주저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체크포인트이다) 바닥 손짚기, 물구나무서기, 앞 구르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다른 수영기법들도 배우기도 합니다)



벤쿠버에서 배우기 시작한 수영이, 참 귀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수영을 처음 배웠던 나는 이 수영장에 처음 온 후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구간에서(물 색이 짙어지고 가파른 경사가 보인다)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를 느꼈고, 25M를 수영해 나갈 수 있음에도 깊은 물에서 수영하는 것은 꽤 오랫동안 두려워 얕은 물에서만 수영하다 나오곤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수영 수업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게 해 준다. 그리고 물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게 해 준다. 1단계부터 구명조끼를 입고 4.5M 수심 풀에서 수영해 보는 경험, 앞 구르기, 물구나무서기 등 물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여보는 경험 하나하나가 귀하다. 함께 수영장에 가서 아이는 수영 수업을 받는 사이 나는 수영을 하는데, 유아전용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는 것이 아니기에, 나도 동시에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이 시간도, 이 기회도 귀하다.


우리 아이는 3단계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4단계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영수업 마지막 날, 수영장에서 집에 오는 길에 있는 Tim Hortons에 들러 Timbits를 사서 돌아왔다. 벤쿠버에서 시작한 수영은, 아이와 나의 공통 취미 생활.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소중해.


아이의 3단계 성적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서관에서 생긴 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