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to Me

행복의 소리

by 메이

외국에서 보내는 생일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외국에서 생일날을 보내게 되었다. 시차 때문에 한국은 어제가 내 생일이어서 하루 전부터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의 연락을 드문드문 받았다. 친구들 생일이면 늘 그즈음에 만나 만나 작은 케이크에 촛불이라도 불며 함께 했었는데 지금은 만남도 연례행사가 되어 생일을 챙겨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친구들과 함께 해왔던 시간이 줄어든 대신 내게는 20대에는 없었던 가족들이 생겼다. 캐나다에서 보내는 매일매일이 선물 받은 느낌이고 남편 덕분에 캐나다에 오게 된 터라 늘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서 딱히 바라는 건 없었지만 꽃정도는 받아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선물로 받지 못하면 내가 나에게 선물해야겠다 싶었다. 다음 주 초에 꼬마 학교 입학날 이 꽃다발을 꼬마에게 들려 학교 앞에서 사진 찍어주면 되니 용도가 좋으니 말이다.


장보고 돌아온 남편의 손에 꽃다발 하나가 들려있다. 활짝 피어있는 꽃들이 아니라 아직 피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는 꽃들로 구성된 크지 않은 꽃다발- 과하지 않은 꽃다발이 남편이 고른 것 답다.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선물 받는 게 더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다, 내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게 해 준 남편 덕분에 이미 마음이 풍성해졌다.



작년엔 사랑해. 적힌 쪽지 하나가 전부였는데 올해는 꼬마가 (남편이 써준 메모를 보고 따라 써서) 무려 5줄로 된 카드를 써주었다! 두 남자가 방에 들어가선 내가 못 들어오게 막고선 꼬마가 글씨를 제대로 못쓴다고 본인의 7살과 비교하며 핀잔을 주고 꼬마는 반박하는 소리가 행복의 소리 같다. 꼬마가 남편이 준비한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터뜨려버려 꼬마는 당황해서 울고 남편도 꼬마에게 화를 내는 소리도 행복의 소리.... 맞나? 작은 케이크 주변에 둘러서서 남편과 꼬마가 불러주는 생일축하노래는 확실히 행복의 소리다.


무수한 우주의 작은 점 같은 나의 존재, 내가 하는 일은 작디 작고 나의 존재감은 제로에 수렴하지만 그럼에도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흔한 말이 참 특별하게 느껴지는 오늘. 내 생일이다. 해외에서 보내는 첫 번째 생일이 지나간다.


아이가 한글을 아직 잘 못써 남편이 대신 써줬다



아빠가 쓴 글씨를 보고 꼬마가 따라 쓴 카드



파티 전 팡 터진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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