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백 번도 넘게 내게 이야기한, 나도 잘 알고 있는 나의 이야기.
내가 영어를 처음 배웠을 때(초6) 나는 영어를 너무너무 못했고 그래서 과외 선생님이 스트레스 받아서 나를 더 이상은 못 가르치겠다고 했다. 그땐 선생님도 무섭고 과외시간이 정말 싫어서 과외날 전날부터 초6 수준의 (아무도 믿어주질 않을) 핑계를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영어 안 배우고 싶다고 하고
엄마는 나를 다그치며 그 선생님에게 계속 과외받게 하려고 과외비 외 시시때때로 여러 조공을 올렸다.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씩 영어가 덜 낯설게 되자 이해되는 순간, 작은 칭찬을 받은 순간,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은 순간들을 만났다. 그렇게 싫어했던 영어였는데 내가 이렇게 영어를 오랫동안 가까이하게 될 줄이야. 캐나다에 오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고 여러 서류 작업부터 집 구하기, 아이 학교 지원하기, 비자신청 등 여러 일들을 유학원을 통하지 않고 혼자 처리할 수 있었던 것도 영어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컸다.
아이가 서머캠프를 다니는 동안, 캠프 끝나는 시간에 꼬마 픽업하러 가면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지낸 리더들로부터 잠깐 남아있을 것을 요청받았다. 다른 아이들이 가고 나면 꼬마의 하루에 대한 피드백을 듣곤 했다. 꼬마를 캠프에 보낸 나의 잘못일까 반성했고 계속된 지도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꼬마가 밉기도 했고, 새 학교에서는 어떻게 할지 걱정도 됐다.
고민 끝에 엄마가 생각이 났다.
엄마가 영어과외선생님께 과일을 사다 날랐듯
엄마가 된 딸(=나)은 도넛을 사다 나르고
리더 소개자료글에 있던 가장 좋아하는 여름음료대로 레모네이드, 수박주스, 아이스크림샌드위치를 사다 나르고
한인마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가 들어왔기에 그 음료도 사다 날랐다.
여름날이 지나갔다.
꼬마가 여름캠프에서 보낸 영어에의 자극 덕분에
새 학기를 시작한 꼬마는 영어 자신감이 뿜뿜 솟아나는가 보다. 학교도 제일 일찍 도착하고 싶어 하고,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 Can I play with you?라고 말했다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꼬마에게 그 캠프 시간이 뿌듯함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매주 캠프 티셔츠를 1장씩 줘서 꼬마는 총 5장의 캠프 티셔츠가 있는데 매일 그 캠프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매일 갈아입은 깨끗한 티셔츠인 줄 사람들은 모를까 봐 걱정이다. 같은 티셔츠를 5장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하죠. 캠프에서 얼굴을 익힌 아이들이 학교에 한 둘 씩은 있으니 그 아이들과 연대감을 느끼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어렸던 내가 힘들어했던 영어를 극복하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던 것처럼, 그 새로운 세계에서 여전히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 나가며 또 다른 세계를 탐험 중인 것처럼. 아이 앞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꼬마가 겪을 어려움들도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극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