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안할래 수영

by 메이

벤쿠버에 있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그중 가장 한국에서의 경험과 달랐던 것은 바로 수영이다. 한국에서는 서면 발끝이 닿는 수심에서 수영을 배웠지만, 내가 가본 밴쿠버의 수영장은 대부분 얕은 수심에서 시작해 끝이 2.5m 정도였다. 가족과 물놀이를 하려면 한국에서는 워터파크를 찾아가야 했지만, 밴쿠버에서는 동네 수영장에도 미끄럼틀과 유수풀이 설치되어 있고, 공놀이도 할 수 있었다.


특히 밴쿠버에서 지내던 집 근처에는 깨끗하고 좋은 수영장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아이가 레슨을 받는 동안 나도 수영을 하고, 레슨이 끝나면 아이와 함께 공놀이를 하며 수영장에서 놀다 오곤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팀홀튼스에 들러 팀빗 한 상자를 사서 오면, 아이 얼굴에는 언제나 신나고 생기 넘치는 표정이 가득했다.


한국에서의 수영장은 조금 달랐다.

첫째, 등록이 어려웠다. 유아 전용 수영장은 훨씬 비쌌고, 공립 수영장은 기존 회원들이 연속 수강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한 번도 수강해보지 못한 사람이 기회를 얻는 게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밴쿠버에서는 대학 수강신청처럼 정해진 시간에 등록을 했고, 원하던 요일이나 시간에 신청하지 못하더라도 ‘그러려니’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둘째, 사람이 너무 많았다. 밴쿠버에서는 강사 1명당 학생이 5~7명 정도였지만, 한국에서는 1명당 20명 남짓이었다. 한 레인에 10명 넘는 아이들이 함께 수영하다 보니 앞뒤로 부딪히는 일도 많았다.

셋째, 숨쉬는 것도 달랐다. 나라가 다르다고 어떻게 숨쉬는 것까지 다를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랬다. 자유형을 할 때 캐나다에서는 ‘셋’에 얼굴을 돌려 숨을 쉬게 연습했는데, 한국에서는 ‘둘’마다 숨을 쉰다. 둘과 셋에서 숨 쉬는 것의 차이는 둘에서 숨을 쉬는 게 더 빠르게 수영할 수 있단다. 역시 ‘빨리빨리’의 나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쿠버에서 배운대로 셋에서 수영하던 아이는 혼자 특이하게 수영하는 아이가 되었고 숨쉬는 방법조차 바꾸게 되었다.


벤쿠버에서의 첫 수영 수업이 떠오른다.

“오늘 레벨 1 수업을 들으러 왔어요.”라고 말하면, 카운터에서 아이의 이름을 확인하고 수영장 안 별표 스티커가 붙은 곳에서 기다리면 강사를 만날 수 있다고 안내해줬다. 남녀공용 탈의실에서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샤워를 한 뒤 함께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강사가 다가와 아이를 인계받았고, 나는 대기실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반면 한국의 첫 수업 날, 카운터에서는 아이에게 남자 탈의실 열쇠 하나를 주며 별다른 안내가 없었다. 혼자 탈의실에 갔다가 나온 아이는 기초, 중급, 상급 팻말 뒤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걸 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나는 유리창 너머로 그 모습을 보며 손짓했지만, 내 말이 닿지 않았다. 다행히 강사 한 명이 눈이 마주쳐 아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제야 아이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존회원이기 때문에 별다른 안내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우리아이보다 나이가 더 많아 알아서 잘 하는 아이들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나는 수영을 계속 시키고 싶었다. 잘하는 운동 하나쯤 만들어주고 싶었고, 이를 통해 힘든 일도 이겨내고 끈기도 기르게 되길 바랐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아이는 “꿈에서 자꾸 수영하는 꿈을 꿔, 무서워”라고 말했다. 밴쿠버에서 수영을 정말 좋아했던 아이가 맞는지, 다시 예전처럼 즐겁게 수영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릴 때의 나도 정말 싫었지만 억지로 하다보니 잘하게 된 경험도 분명 있는 거니까, 어느시기만 지나게 되면 받아들이게 되겠지. 기대했다.



그러나 퇴근시간보다 20분 일찍 나올 수 있게 결재를 올려두고, 집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데리러 가곤 했던 나. 어느 날, 우체통에 속도위반 고지서가 도착해 있었다. 4년 가까이 매일 오가던 길에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아이 수영레슨에 맞추려다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순간 맥이 탁 풀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너무 억지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그제야 내 욕심이 너무 앞섰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10월 수영레슨을 겨우 신청해놓고, 당첨 소식에 그렇게 기뻐했는데 — “상급까지 쭉쭉 가는 거야!” 했던 나는 이제 수영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10월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단 4번의 수업만 듣고 수영은 포기하지만, 괜찮다. 언젠가 더 좋은 시기에,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그런 놀라운 일이 저에게도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