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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Dec 04. 2023

회식 가는 길 페이드아웃

소중한 금요일 저녁을 지켜내기

하루종일 교육이 있던 금요일,

일정이 끝나면 임원과의 회식이 예정되어 있다.

10년 차 이상의 중간관리자 교육

스무 명 남짓이 앉아있다.


특별히 사이가 나쁜 사람 없고

인사도 하고 지내는데,

7 다닌 직장이지만

사실 나는 정을 붙이지 못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다.

처음 1~2년은 점심 약속도 열심히 잡고

술자리도 꽤나 나가보았다.


지만  맞지 않았고,

새로운 사람에게 열려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어느 순간 내가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굳이 껴달라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

친분을 구걸(?)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도 참 어지간한 것 같데. 암튼..


기대보다 재밌었던, 열정적인 강사의 교육이었다.

그래도 교육 담당자는 강사 섭외를 제법 고민했는지

강의는 알찬 내용이었다.

끝나자마자

엄한 표정의 교육 담당 김 부장

재빨리 강의실 마이크를 잡는다.


"오늘 임원 오시는 거 알죠? 회식 필참입니다. 무조건 다 가야 됩니다. 의무예요. 빠지지 마시고, 오래 안 걸립니다. 참석하세요."


얼마 전 다른 회식에서도

피치못해 불참하겠다는 직원들 일일이 연락하여

아이가 아픈 사람까지 억지로 회식에 참여시켰다더니

오늘도 저렇게 또..


직원들에게 술 마시라고 눈치를 주며

열심히 술을 권하다가

늦은 시간에 끝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의 참여 강권이 또 이어진다.


"오늘 못 간다고 한 사람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못 가는 거 없어요. 거기 ㅇㅇㅇ 팀장, ㅇㅇㅇ 장, 알지?"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가

불참을 거절(?) 당한 몇 명을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럴 때에는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

회식장소에서 술을 마시다가 문득

'어 제미쓴 과장이 오늘 교육 대상자였나? 아니었나?'

하고 헷갈릴 정도로

내 얼굴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 희미해야 한다!


사진: Unsplash의Mark Pan4ratte


곧 있으면 인사 시즌인데

얼굴도장 찍어야 하는 건가?는 생각도 스친다.

~~~~

이런 생각하는 것도 유쾌하진 않다.

승진도, 평판도 내 목표는 아니니.

내가 리 중요한 참석자일리 없으며

회식 머릿수 채우기 대상인걸 알고 있다.


물론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참여하면 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면

회식은 즐거운 시간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다.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나도 마음 맞는 동료들과의 저녁을 좋아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늘은

내 마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회사 일은 업무시간에만 신경쓰고 싶고

이 자리가 그렇게 꼭 필요한 자리 같지도 않다.

이야기를 나누고 은 주제가 있지도 않은데

싫어도 참아가며 자리에 앉아있는 고통을

스스로에게 주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가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딘가 어려운 자리에 앉아

술잔을 들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궁금하지도 않은 대화에 끼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술자리에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지만

집에는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 않은가.




오늘도 삶의 시계는 또 한 바퀴 돌아가는데

아까운 시간을 원치 않게 쓸 수는 없지..

탈출을 감행하기로 결정다.!


일부러 천천히 가방을 싸고

화장실을 들러 마지막으로 강의장을 빠져나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무리에 섞여 걷다가

조금씩 속도를 늦춘다.


친한 사람이 없어서 너무 다행이다

"제미쓴 어딨어 전화해 봐"

이러면 곤란할텐데..


무리와 거리가 멀어지고

도로의 소음이 겹친다.

퇴근 인파에 섞여 지하철 역으로 들어오기 성공!


아내에게 카톡을 보낸다.


"여보! 탈출 성공~~! "


"잘 됐다! 얼른 와 치킨 시켰어 애들이 기다려 ㅎㅎ"


즐거운 금요일 저녁

(치킨과) 가족들이 기다리는 우리 집으로 갑니다^^



표지사진: Unsplashmeriç t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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