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미쓴 일단 해봐 May 29. 2021

시간으로 돈을 살 것인가, 돈으로 시간을 살 것인가?

나는 칼퇴근을 너무나 사랑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15년째가 되었지만,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칼퇴근을 너무나 사랑했다.

라떼 이야기이다. 내가 처음 회사를 다니게 되었던 2007년 무렵에는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던 6시 정시 퇴근을 한다는 것은 꿈에 가까운 일이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의 퇴근 시간을 묻기 바빴다.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땡하고 퇴근을 한다고 해도, 출근하려면 8시에 출발해야 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7시다. 백번 양보해서 씻는 시간, 옷 갈아입는 시간, 회사 갈 준비하는 시간은 양보한다 쳐도 하루 11시간을! 회사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 나의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수면이 8시간, 아침 저녁 식사에 각각 1시간씩을 빼고 나면 나에게 남는 시간은 14시간. 그런데 (칼퇴를 해도) 그 중 11시간을 회사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니..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나에게 남는 시간은 하루 3시간일 뿐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계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는 하다. 나도 그냥 그러려니, 15년의 직장생활과 5번의 이직을 거치며 적응과 부적응을 오가며, 남들 사는 듯 나도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최대한 칼퇴를 시도하면서.



그런데..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잠들 때까지의 시간을 재테크/경제 유튜버분들의 콘텐츠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 모든 직장인의 꿈인 '파이어족'을 실현하신 생각실현가님의 스토리를 보게 되었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참고로 나는 생각실현가님과 아무 관련도 없다)


https://youtu.be/1x3E_FEI8lk

누구나 꿈을 꾸지만, 극소수만이 현실로 만들어낸다.


생각실현가님은 직장인으로 출근시간이 1시간 걸리는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바쁜 직장생활로 재테크 공부를 하기 쉽지 않았다. 하루는 피곤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출근을 했는데, 딱 20분이 걸렸다. 택시비는 15,000원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택시를 탔을 때 추가 비용은 14,000원이다.


"그럼, 나는 1만 4천원으로 매일 40분이라는 시간을 살 수 있다."


매일 택시를 타고 출근하며 하루 40분을 재테크 공부에 몰입하고 시간을 쪼개어 실천하고 도전하던 그는, 3년만에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시간(하루 8~11시간)을 회사에 팔아서 근로소득을 얻는다. 물론 회사는 그 이상의 이윤을 내고, 그래서 우리는 월급을 받을 수 있다. 당연히 우리가 피땀흘려 버는 돈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런데 돈만 소중할까? 시간은 어떠한가? 오늘도 내일도 멈추지 않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40대가 되어버린 내 인생의 측면에서 시간은 이제 나의 편이 아니다. 아직도 하루 중에도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돈을 주고서라도 시간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생각실현가님의 인사이트가 내 마음을 울린다. 돈보다 시간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어느새 잊고 살았을까, 칼퇴를 사랑하던 나였는데 내가 회사에 바친 것은 내 시간이고 그것은 곧 나의 삶이었다. 정신없이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인생을 살다보니 나는 시간을 잃었다. 삶을 잃고 있었는지 모른다.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라는 영화를 보면, 사회가 강요하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시간을 살고 있는 주인공 최해갑(김윤석 분)이 말한다.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마. 널 이해해 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회사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그저 순응하거나 참고 지내는 내가 되어간다. 내가 꾸려온 소중한 내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 회사에서 처음으로 1년의 시간을 얻어낸, 아빠 육아휴직자가 되었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7005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