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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May 30. 2021

나의 첫 투자용 부동산 방문기

처음인걸 어떻게 알았을까

2년 전, 내가 처음으로 "투자"를 위해 방문한 부동산은 청주에 있는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앞이었다.

대학시절 자취방을 구하거나, 결혼하여 신혼집 또는 이사 갈 집을 위한 계약을 하는 것 외에

말 그대로 <부동산 투자>를 위해 부동산에 가본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나는 적금과 펀드(은행 직원이 권유한) 외에는 투자 경험도 없었다.


용기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시간은 오후 1시가 조금 넘었고, 부동산 사장님은 간단한 식사를 사무실 안에서 마치신 듯했다.

사무실은 밝고 깔끔했고, 사장님은 밝은 표정의 여자분이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저 혹시 집을 볼 수 있을까요"

"어떤 집이요?"

"전세 껴있는 물건이요"

"몇 평이요?"

"몇 평이 있죠?"

"얼마짜리 찾으시는데요?"


5분, 아니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사장님은 내 정체를 파악했다.


"처음이시죠?"


잠시 당황스럽긴 했지만

딱히 다른 할 말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대답했다.


"... 네... 티가 많이 나나요?"

"정말 많이 나요. 무슨 투자하겠다고 온 사람이, 뭘 사러 온 건지, 예산이 얼마인지,

 아무 계획이 없고 일단 나한테 아무 말이나 해달라고 하잖아요. 미리 연락을 하고 온 것도 아니고"


사실 나는 오늘 나의 첫 투자 후보 지역을 청주로 정하고,

잘은 모르지만 일단 현장에 가보고 싶은 마음에

일단 부동산을 돌아다니기 위해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부끄럽긴 했지만 뭐라도 더 물어보고, 배우고 싶었다.


"사장님,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이라 잘 모릅니다."

"시세는 알아보고 왔어요? 여기는 이미 한 차례 투자자들이 싹 쓸고 지나갔어요."

"부동산 사이트에서 시세는 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직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시세를 알아본 사람이 이렇게 와요? 얼마가 있는지, 얼마를 쓸지도 아직 안 정해진 것 같던데,

 먼저 예산하고 포지션을 명확하게 해야죠, 투자를 하려면. 장기보유를 할건지, 주택임대사업자를 할건지

 지금 보면 아무 방향이 없어 보여요. 내가 뭘 말해줄지 모르겠어요."


운 좋게도 이렇게 부동산 사장님의 투자 애티튜드(?) 즉석 강의가 이루어졌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특별히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었고,

다만 부동산을 거래하기 위해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감사하게도, 완벽한 초보자인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바로 그것이었다.

(어차피 전문적인 이야기는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막상 그날에는 이야기를 마치고 부동산에서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렇게 몰랐구나, 바보 같기도 하고,

괜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혼나고 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날을 시작으로 투자의 경험이 쌓여갈수록,

처음 만난 부동산 사장님이 아무 대가도 없이 나에게 내어 준 소중한 시간, 오갔던 말들은

내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하는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내게는 진심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고마운 분이다.



서른아홉이 되도록 나는 재테크와 투자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돈을 소홀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이 크지도 않았다.

아내와 나는 둘 다 소비 욕구가 크지 않기에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두 아이를 키우는 일만으로도 정신없이 바빴다.

주어진 일상에 감사하는 것만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2019년의 어느 날,

포털사이트 책 소개의 어느 제목 하나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부동산, 돈 공부 이야기였다.

<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과장은 어떻게 1년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


나는 39세였고, 정말 적금밖에 몰랐다.

마침 뉴스에는 부동산 기사가 자주 보이기는 했다. 이건 나를 위한 책인걸까?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그렇게 나는 홀린듯이 책을 주문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재테크 서적을 읽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XotDrHCniQ

렘군 님의 책을 통해 처음으로, 경제적 자유를 꿈꾸게 되었다.


책을 보고 무작정, 나도 한 번 시도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방문한 청주에서

결과적으로는 어떤 거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섯 군데의 부동산 방문과 동네 탐색을 하다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그날 일정이 끝났지만

어떤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얻은 그 경험과 시각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재테크 경험이 없는 초보이지만

투자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만 더 공부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오늘 경험이 있으니

다음에 어디를 가든 "부동산 방문을 처음 해 본" 사람은 이제 아니지 않은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뭔가를 해보았으니

앞으로 나에게 뭐라도, 무슨 일이라도 새로운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남들이 봤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하찮은 하루였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어느 때보다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잘 모르더라도 일단 <첫 경험>을 하고나면, 그 다음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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