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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un 25. 2021

첫 직장을 구하는 방법

여기서 일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어떻게 오셨어요?"

"저.. 여기서 일을 해보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대학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나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내 위치에 대한 사회적인 맥락을 알고 싶었다.

명확한 내 위치가 어딘지 알면, 감사할 일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취업을 준비할 때도 취업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200개 가까운 자소서는 탈락 소식만을 알려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는 없을까?


돈은 조금 덜 벌더라도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면 보람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서

찾아낸 작은 비영리단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었다.

작은 단체들이 그렇듯, 당연히도 정기 공채를 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이 다가오는데 가만히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그 비영리단체 사무실에 찾아갔다.




"여기서 일을 하고 싶다고요?... 잠시만요"


아무리 어려운 사람을 돕는 단체이지만, 나 같은 방문자는 처음일 것이다.

처음 나를 맞이했던 상담사 선생님은 나를,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사무국장님에게 안내했다.


"여기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요?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있을까요?"

"네 저는 대학시절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었습니다.

 기다려도 공채가 올라오지 않기에, 먼저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일하고 싶다며 찾아온 사람은 처음입니다. 이야기를 해보시죠."


그렇게 나는 지난 이주일간 준비한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내밀었다.

내가 대학시절에 활동했던 학회, 동아리, 학생회의 기록,

학점보다는 내 의견을 담아서 절실하게 썼던 (논문 같은) 레포트,

그리고 유일한 A+ 였던 현대사회학, 사회사상사 교수님에게 받아온 추천서를 함께 내밀었다.


"저는 혼자만 행복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셨네요. 우리 단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신기하게도 그렇게 갑자기 사무국장님과 사회학 이야기를 시작으로 즉석 면접이 이루어졌다.

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싶은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짧지만 내가 믿고 있는 생각을 열심히 이야기했다.


"사무국장님, 연봉을 적게 받거나 받지 못하더라도 여기서 일해보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지요"

"그래요 학생 마음은 알았으니 일단 돌아가세요. 저희도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고 3일 뒤,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우리 단체에 경제적인 여력은 없지만, 학생의 의지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다만 재정이 빠듯하여 무급이기는 하지만 인턴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신가요?"


무급 인턴이라니,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나를 받아준다는 뜻이지 않을까?

한 달, 두 달이 지나서 버티다 보면 언젠가 월급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네,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부터 나가면 될까요."

"다음 주부터 나오시면 됩니다. 월급 드리는 것도 아니니까 편하게 아무 때나 오시면 돼요."


그렇게 나는 돈을 받지 않는 첫 출근을 했고

한동안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두 달 뒤, 결국 다른 곳에 취업을 했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내던 6개월 뒤

마침내 이 단체에서 신규 직원 채용이 올라왔다.

당연히 입사지원을 했다.

서류든 면접이든 결국 내가 아는 사람들이 채용을 진행할 테니 나를 부를 것이다.

그렇게 면접에 가게 되었다.


"허허.. 또 오셨네요. 그렇게 여기가 오고 싶어요?"

"네! 저는 진심으로 여기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배워서 잘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끈질기네요 하하^^ 그래요 오늘 한 번 제대로 면접을 봐 봅시다."


2주 뒤, 나는 내가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 했던 비영리단체에

정직원으로 채용되어 출근을 했다.

물론, 돌이켜보면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말하고 결심한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시간은 내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대학은 졸업했고, 뚜렷한 계획도 없으면서

무급 인턴 생활을 하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막막할 뿐이다.

그 직장은 과연 밖에서 상상하는 것만큼 완벽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럼에도 원하는 것을 얻었고, 경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투른 나의 방식을 좋게 봐주신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 덕분에 나는 내가 선택한 첫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선택했다"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첫 달 월급 116만원과 함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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