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이 진짜가 될 때까지
***흑백요리사2 결말 스포가 있습니다.
드디어 흑백요리사 시즌2의 우승자가 나왔다.
조림인간, 조림핑, 연쇄조림마라는 별명을 얻은 최강록이다.
결승에서 만들 요리의 주제는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
듣자마자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의 다른 셰프들의 반응도 같았다.
최강록은 그동안 조림요리로 결승까지 올라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결승에서도 조림을 할거라 기대했을 거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요리는 조림이 아닌 국물요리를 택했다.
나를 위한 요리 만큼은 조림이 아닌 다른 걸 하고 싶었다고 한다.
최강록은 그동안 자신이 ‘척’을 해왔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이 조림을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그동안 그런 ‘척’을 해왔다는 것.
자신을 위한 요리만큼은 ‘척’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진정성으로 다가왔다.
최강록의 마지막 요리를 보며 두 가지 생각이 생각이 들었다.
1) 내가 살면서 해온 ‘척’은 무엇일까?
2) 무언가에 오랜 시간 ‘척’을 해오면 ‘진짜’가 되는 걸까?
나는 척을 꽤 잘한다.
어렸을 땐 ‘공부를 잘하는 척’을 했고,
신입 때는 ‘아는 척’을 했고,
몇몇의 연애를 할 땐 ‘상처 받지 않은 척’을 했다.
지금은 ‘강한 척’을 하고 사는 거 같다.
어느 순간 살아가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한 척 했다.
회사생활이 그랬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임신준비가 그랬다.
어차피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너무 애쓰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그래서일까.
마지막 요리만큼은 ‘척’하고 싶지 않다는 최강록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됐다.
그럼에도 최강록은 그동안 조림을 잘하는 ‘척’을 하며 조림의 대가가 되었다.
무수한 조림요리로 여러 상대를 이겨내고 우승까지 했으니 말이다.
흔히 ‘척’을 하는 건 위선이나 가식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쟤는 왜 잘난 척이야?”
“너무 괜찮은 척 하지마~”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공부를 잘하는 척을 했을 때는 공부를 잘하는 무리에 들어가게 되었고,
아는 척을 할 때는 그걸 진짜로 잘 알기 위해 밤을 새며 일했다.
최강록처럼 조림을 잘 하는 척을 하다보니 진짜 조림을 잘 하게 된 것처럼,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잘 하는 척 하다보면 언젠가 그 모습에 더 가까워졌던 거다.
지금 나는 강한 척을 하고 있다.
좌절하고 싶은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아픈 순간에도 이 정도는 괜찮다며.
강한 척을 하면 진짜 강해진다.
지금 이 과정은 내가 진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척’ 과정이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강해지는 길.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이 지난한 과정들을 조금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최강록은 자신의 위한 요리를 위해 ‘척’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조금 더 ‘척’ 해볼란다.
그는 이미 조림의 대가이지만, 난 아직 ‘강함’의 대가가 아니기에.
이 ‘척’이 ‘진짜’가 될 때까지 조금만 더 ‘척’ 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