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야만 할 수 있는 것들

by 해나엘

몇년 전 어떤 모임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OO님은 잘 하려고 애쓰며 사는 거 같아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내가 애를 쓰고 산다고? 난 그냥 잘 살아보려는 건데. 다들 그렇지 않나?


짧은 찰나였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이 기억에 꽤 오래 남아있었는데,

어느 날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잘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괴로워하던 날이었다.

온 몸이 긴장해 어깨 근육은 딱딱하게 굳었고,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그럴 땐 사람들이 흔히 흐르는 대로 두라고 한다.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바꾸려 에너지를 쓰지 말고,

내 마음에 에너지를 집중해 마음을 가꾸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해보니 나는 힘 빼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뭐든 잘 하고 싶었으니까.

힘을 잔뜩 주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힘 빼는 연습이 필요했다.

잘 살아내려고 너무 애쓰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겨보고 싶었다.


수영을 시작했다.

보통 운동은 힘을 줘야 추진력이 생겨 앞으로 나아가는데,

처음 수영을 배울 땐 정반대다.

잘하려고 힘을 주면 줄수록 물에 가라앉아버린다.

힘을 줄 수록 가라앉는다.
힘을 뺄수록 떠오른다.

이 간단한 명제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하기까지 6개월은 걸린 거 같다.

아니, 사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어떨 때는 앞으로 쭈욱 쭈욱 나아가다가도,

더 잘 해보려고 마음 먹은 순간 힘이 들어가며 몸이 물에 걸리고 만다.

요새는 접영을 하며 팔이 매번 물에 걸려 너무 힘들다.

힘이 든다는 건 내가 또 힘을 잔뜩 주고 있다는 거겠지.

새로운 명제를 머리 속에 새겨본다.


힘을 주면 힘이 든다.
힘을 빼면 편해진다.


물 속에서도, 물 밖에서도 나는 여전히 힘 빼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오늘의 수영은 어제보다 더 힘을 빼보려 한다.

물살을 이기려 애쓰지 말고, 흐름에 내 몸을 맡겨보자.

잘 산다는 건, 어쩌면 힘을 뺀다는 거 아닐까.

그러니 물도 삶도 느끼고,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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