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게 알리고 싶었던 소식

시험관 일기

by 해나엘

시험관을 시작하며 제일 알리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이놈의 걱정많은 성격은 우리집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이기에,

내가 시험관을 한다고 하면 우리 엄마 아빠는 분명 너무 많은 걱정을 하겠지 싶었다.


최대한 늦게 알리고 싶었던 소식이었건만...

나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이면 아빠와 집 근처 수영장을 다녔다.

근데 채취 준비를 한다고 수영을 계속 못 가게 되니...

아빠와 엄마가 무슨 일이 있는 거냐며 카톡을 번갈아 보내왔다.


나도 참, 그냥 날이 추워서 수영하기 싫어졌다고 하면 될 것을

또 곧이곧대로 전하고야 만다.


아빠에게 전화해 담담히 말하려는데 그냥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염소 몰이를 하기 전에 엄마한테 전해달라고 하고 급히 전화를 끊는다.

그리곤 엄마에게 카톡을 남긴다.

"시험관 하기루 해서 12월에 수영 쉴라고!"

최대한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 첫 채취를 마치고 나오니 엄마에게 연락이 와 있다.

"병원에 잘 갔다 와. 몸 조심하고~~"

그러고보니 엄마에게 몇 시에 시술하는지 말도 안했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해 이미 시술 다 하고 집에 왔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몇시간 뒤 다시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삼계탕 집 주소였다.

곧이어 전화가 와서는, 20만원을 통장으로 보냈으니 삼계탕 사먹으라고 하신다.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걱정많은 우리 엄마, 내가 또 걱정 시키는구나..

다 커서 걱정시키는 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SNS를 보다보면 부모님에게 임밍아웃 하는 영상이 종종 보인다.

나도 그런 영상을 보며 상상하곤 했다.

어느날 갑자기 뚝딱 아기가 생겨서 엄마 아빠에게 깜짝으로 임밍아웃 하는 그런 상상.

엄마 아빠에게 시험관을 할거라고 말하는 건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시험관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엄마가 우리딸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걱정할 때마다,

생각보다 안 힘들다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엄마 아빠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올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지 않게, 너무 늦지 않게 아기가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나도, 남편도, 우리 엄마 아빠도 너무 오래 힘든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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