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by 해나엘

세상엔 다양한 부모들이 있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방치하기도, 어떤 부모는 과잉 보호하기도 한다.

나는 저런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정말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반문하기도 한다.

좋은 부모라는 건 뭘까?


우리 부모님은 굳이 따져보자면 과보호 쪽에 속하는 편이었다.

나의 고등학교는 지하철로 가려면 한시간이 넘는 곳이었다.

아빠는 매일 아침 7시까지 나를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우리집에는 아빠가 일 할때 쓰는 트럭과 승용차, 이렇게 두 대의 차가 있었는데

학생 시절, 나는 어린 마음에 아빠의 트럭을 타는 걸 부끄러워 했다.

아빠는 그런 내 마음을 알고, 학교까지는 승용차로 태워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트럭을 몰고 출근하는 번거로운 일을 거의 매일 했다.


대학교를 다닐 땐 경찰에 신고를 당한 적이 있다.

친구들과 노느라 잠시 핸드폰을 방치했는데,

엄마와 아빠는 나와 연락이 되지 않자, 내가 사라졌다며 신고를 한 거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경찰에서 진짜 그 신고를 받아줬는지, 지금 생각하면 의문이지만.


1~2학년까지는 밤 9시만 되면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어디냐”

그 말이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다른 친구들은 11시, 12시, 1시까지 재밌게 놀다 가는데, 왜 나만?

구속받아본 사람은 알 거다. 구속 당할 수록 더 벗어나고 싶어진 다는 걸.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조금 나아졌지만,

집에 늦게 온 날이면 아빠는 거실 쇼파에서 자며 날 기다리곤 했다.

그때마다 난 말했다. “제발 먼저 주무세요!”


30살에 독립을 선언했다. 자유를 얻고 싶었다.

집과 회사는 지하철로 5정거장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굳이 굳이 본가에서 차로 5분거리에 오피스텔을 구했다.

의외로 아빠는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엄마는 꼭 나가서 살아야만 하느냐며 걱정하긴 했지만.


혼자 살기 시작하니 좋았다.

늦게까지 야식을 먹어도, 집에 늦게 와도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었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본가에서 살 때보다 더 열심히 집에 갔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던 걸까?

주인 없는 집을 오랫동안 텅 비워두기 싫었던 걸까?


독립을 하고 1년 뒤에는 결혼을 했다.

나에게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할 가정이 생긴 거다.

신혼 초에는 남편이랑 소꿉놀이 하는 거 같았다.

사고 싶었던 걸 큰 돈, 큰 맘 먹고 구매하며 기뻐하고,

같이 맛있는 걸 해먹고,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고 영화를 봤다.


독립을 하고 가정을 이뤘지만, 어쩔 땐 아직 엄마 품에 사는 거 같다.

요새 남편이 매일 야근을 하다보니,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었는데,

엄마는 어떻게 알았는지 반찬을 한아름 챙겨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꽉 찬 식탁을 보며 엄마의 사랑을 맛보았다.

35살이 되어도 여전히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보호해준다.

괜찮다고 해도 굳이 엄마는 반찬을 만들고, 아빠는 또 굳이 그걸 우리 집까지 배달해준다.

첫 독립을 했던 곳도, 지금 신혼집도 본가에서 5~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

벗어나고 싶다고 했지만, 본능적으로 나는 부모님의 품 안에서 맴돌고 있는 걸까.


결혼한지 4년차가 되어가는 지금,

나는 남편이 야근하고 늦게 올 때면 잠 못이룬 채 기다리고,

남편을 위해 맛있는 요리 레시피를 외워본다.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고, 다정하게 안아준다.

남편은 가끔 내 말투가 우리 엄마가 같다고 한다.

어릴 땐 가족에게 관심이 매우 많고, 잔소리도 많이 하는 엄마처럼 살기 싫었다.

그런 내가 엄마처럼 남편에게 온갖 관심을 쏟으며 잔소리를 하고 있는걸 보고 있자니

가끔은 나도 내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언제 이렇게 된 거지?


내가 엄마의 맛있는 반찬과 잔소리를 먹고 자랐을 때,

아빠가 3년동안 번거로운 출근을 하는 걸 보았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보고 자란게 그들만의 헌신적인 사랑 방식이었으니까.

그들의 사랑은 아마 내가 40살, 50살 60살이 되어도 여전하겠지.

그럼 난 또 내 아이에게 그 사랑을 되물림 해줄 것이다.


분명 엄마 아빠처럼 잔소리를 많이 하는 부모가 될 거 같다.

작디 작은 아기가 어떻게 되지는 않을까 24시간 관찰하고,

아이의 생일의 되면 친구들을 잔뜩 불러 파티를 열어줄 것이다.

사춘기가 온 아이가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면 그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대학 입시로 밤새 공부하고 있으면 함께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아이의 눈치도 많이 보겠지. 어떤 기분인지, 혹여 내가 너무 잔소리를 심하게 하진 않았는지 후회하면서.

성인이 되서도 걱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얘가 왜 이 시간이 됐는데 안 오지? 무슨 일이 생겼나?”

결혼을 한다고 상대를 데려오면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안절부절못하다

또 상다리가 부서지게 음식을 잔뜩 하겠지.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인지 유심히 살피면서.

결혼을 해서도 품에서 놓지 못하고, 반찬을 챙겨주며 연락을 기다릴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엄마 아빠를 만났을 때부터 예견된 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도 보고 배운 대로

관심과 사랑이 넘치는 부모가 될 건 분명하다.

내가 받은 유난스러운 사랑을 되물림 해줄 것이다.


오늘도 기다려본다.

아기야, 오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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