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3 <영어책 읽기의 힘>을 읽으며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기로 다짐을 하고서 나름대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읽은 책을 정리하고 소개해보는 글이다. 영어 그림책을 올바르게 읽어주고 아이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어떤 방향으로 다잡아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래서 세 번째로 읽은 책은 고광윤의 <영어책 읽기의 힘>이다.
<영어책 읽기의 힘>의 저자 고광윤 교수는 영문과 교수이면서 4명의 자녀에게 영어책 읽기를 몸소 실천하여 그 효과를 입증한 증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론적 측면에서 영어 공부의 전문가 일 뿐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아이를 양육하며 경험한 영어 학습의 노하우가 책에 담겨있다. 이론만 빠삭한 전문가가 아니라 경험이 충분한 전문가라 하니, 책에 더욱 신뢰가 갔다.
책 내용의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영어책 읽기를 통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길 진심으로 원한다면, 아무리 급해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이것이 가장 빨리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임을 강조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듣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영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즐겁게 읽기'라는 흥미를 강조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학습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책 읽기가 온전히 즐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의 능동적인 참여와 상호작용을 방법으로 들고 있는데, 그래서 내가 실천해 본 방법은 번갈아 읽기와 외워서 서로 말하기였다.
나의 첫째는 6살, 만으로 5살이다. 이전까지는 영어를 거의 접하지 않았고 영어 음원이나 동영상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사실 영어 그림책 육아를 강조하는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그 부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서 뿐 아니라, 영어로 된 다양한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 2-3권의 영어책을 읽어주고 있다.
영어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아이다 보니, 읽어주는 책은 매우 쉬운 책일 수밖에 없다. 고광윤 교수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고 무엇보다 재밌어야 한다고 하니, 느리더라도 천천히 해 보고 있다.
영어 그림책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책 중의 하나인 Eric Carle의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를 첫째와 함께 읽었는데, 몇 번 읽어주니 아이가 외우기 시작했다. (책이 거의 반복되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외운다고 해도 몇 마디 안 되는 책이다.)
그래서 하루는 책 없이 누워서 불 끄고 이야기하면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리듬만 내가 말하고 각 페이지에 새로 등장하는 색깔의 동물은 아이가 말하도록 했다. 나보다 기억력이 좋았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아이가 한번 내가 한번 책 없이 책 전체를 외워서 말하기를 했다. 번갈아 가면서 하니 아이가 매우 재미있어했다. 이런 아이의 반응을 보니, 책 하나를 온전히 읽어내는 것과 그렇게 함께 읽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즐거움일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넘치도록 듬뿍 부어지는 칭찬은 덤으로 해주었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한다. 내 영어실력에 늘 한(?)이 많은 사람이다. 고광윤 교수는 엄마아빠의 영어 고수 되는 비법도 책에서 전수하고 있는데, 일명 노래방 가수 되기라고 이름을 붙여 소개하고 있다. 아이에게 읽어 줄 책을 딱 한 권 골라서 읽고 또 읽고 자연스럽게 읽기를 반복하여 연습하고 그렇게 한 권씩 발음과 내용을 마스터해가라는 것이다. 이것이 쌓이고 쌓여서 100권 정도 될 즈음에는 영어 실력이 아주 유창해져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방법을 실천해보려고 한다. 매일매일 그렇게 연습한 결과를 브런치에서 나눌 날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더불어 영어를 그 자체로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p.148).
'영어 책을 읽거나 읽어주는 목적은 영어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느끼며 영감을 얻고, 책 속의 세계를 여행하며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지식을 확장하고 지혜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진짜 책 읽기를 즐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 어휘의 의미와 쓰임뿐 아니라 영어의 문법 구조도 조금씩 더 알게 되고 그런 앎이 누적되어 어느새 온전한 지식과 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수준에 맞는 영어책은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다섯 손가락 규칙을 소개하고 있는데, 우선 읽으려는 영어책을 아무 곳이 펼친다. 그리고 주먹을 쥐고 펼쳐진 페이지에 있는 텍스트를 처음부터 읽어가면서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만날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편다. 그런 식으로 한 페이지를 다 읽은 후 모두 몇 개의 손가락이 펴져 있는지 살펴본다. 펼쳐진 손가락이 없거나 1개일 경우 아주 쉬운 책, 2-3개인 경우 딱 맞는 수준, 4개 이상이라면 꽤 어려움, 5개 이상이라면 너무 어려움의 수준으로 나눌 수 있다.
더불어 고광윤 교수는 '흘려듣기'와 '집중 듣기'는 권하지 않고 '즐겨 듣기'를 권하고 있다. 재차 언급하고 있듯 학습적 측면에서 힘겹게 영어에 접근하지 말고 흥미적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흘려듣기는 소비적이고 집중 듣기는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잠수네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강조하고 있었는데(물론 초등생 이상에게만), 그때는 그 방법이 매우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고 꾸준히 영어책을 읽는 것으로 아이의 영어 실력이 늘기를 바라고 그렇게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즐겨 듣기'를 하고자 우리 첫째에게 영어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니, 아이에게 거부반응이 왔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데, 그만 읽으면 안 되냐는 말이었다. 그래도 그냥 꾸준히 최대한 재미있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과 분량으로 읽어주고 있는데, 고광윤 교수가 강조하는 '흥미'는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가능한 말이라는 것을 몸소 체득한다.
4살이 된 둘째는 한국어로 책을 읽든 영어로 읽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똑같이 언니와 함께 잠자리에 누워 읽는 책인데, 거부라는 것이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냥 모든 게 흥미롭고 호기심만 가득할 뿐이다. 반면 한글도 다 떼고 한국어가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첫째는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주는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느낀다. 6살도 이런데, 그 이상의 나익 된다면 영어책에 '흥미'를 붙이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이 더 힘겹지 않을까?
대단한 이유는 없지만 영어 조기교육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모국어가 완성되고 모국어로 온전한 사고와 이해 능력이 갖춰졌을 때, 영어 교육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앞선 책 2가지를 읽으며 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모국어 완성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학습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측면에서의 접근이 아니라면, 모국어가 완성되기 이전에도 영어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것은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에 읽은 <하루 한 권 영국 엄마의 그림책 육아> 책에서도 아이들이 태어나 서면서부터 매일 영어책 1권, 한국어책 1권씩 읽어주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던 점을 상기해 보면, 영어책 읽기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진행해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이렇게 3번째 책 읽기까지 마쳤다. 알아야 보인다는 말처럼, 책을 읽으니 영어 그림책 읽기의 중요성이 보이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보인다. 조금 더 엄마로서 공부한 후에 체계적으로 방법들을 적용해서 아이가 조금 더 편하게 글로벌한 세상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