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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Mar 19. 2024

박사 따고.. 뭘 할 수 있는 거지?

전업주부의 박사과정 도전기#9

3학기를 마치고 4학기, 코스웍의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다. 

이미 2024년 봄학기가 시작되었으나, 나의 진짜 개강은 목요일이다. 매주 목요일에 모든 수업을 몰아넣었다. 


지난 학기까지 나의 학업을 위해 저 멀리 지방에서 우리 집까지 매주 와서 2박 3일을 지내주셨던 친정어머님께서는 이번 학기에는 도와주시기 어렵게 되었다. 지난 학기에는 엄마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2번 학교 가는 일정으로 스케줄을 잡았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남편의 반차에만 기대야 해서, 주 1회 등교하는 시간표로 구성했다. 


사실 마지막 학기라서 조금 더 듣고 싶은 수업들을 마음껏 듣는 학기로 보내고 싶었는데, 일주일에 단 하루만 학교에 갈 수 있게 되다 보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수업이 별로 없었다. 이런 상황이 여러모로 야속했다. 시간표도 내 마음대로 짤 수 없는 상황이라니... 듣고 싶은 수업도 마음껏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니... 그러나 어쩌겠나. 아쉽지만,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개강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갑자기 커졌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자니, 졸업에 대한 부담이 커졌던 것 같다. 졸업은 할 수 있을까? 졸업하고 난 이후에는 무엇을 하지? 이런 고민들과 부담들이 커져왔던 것이다. 

졸업을 한다고 해도, 박사학위가 있는 전업주부가 되는 것은 아닐까... 박사를 딴다고 내 인생이 어떻게 뭐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여러 생각들... 박사학위를 갖는게 능사가 아닐텐데, 이 학위과정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것들까지, 곱씹어 보며 아주 여러 잡생각들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개강하고 학교 가는 발걸음이 처음으로 무척 무거웠다. 매번 설렘과 즐거움으로 학교를 갔었는데, 학교를 가기 싫다는 마음도 들었다. 매번 내던 등록금도 늘 마음속에는 '졸업하면 금방 갚을 수 있는 돈이야'라며 학자금대출을 받았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이번학기까지 등록하면 1600만 원인데, 이걸 언제 다 갚지? 이런 마음이 들었다. 그것을 갚을 만큼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박사과정을 시작했건만, 수료를 앞둔 이번 학기에는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어졌다. 


학교 가는 길의 나의 발걸음은 무겁고 또 무거웠고, 결국 빙빙 돌아가다 수업시작시간에 딱 맞춰 강의실에 들어갔다. 막상 강의실에 들어서니, 강의실에는 새 학기의 설렘과 방학 동안 못 보던 얼굴들을 마주한 반가움이 가득했다. 나에게는 없을 것 같은 그런 환하고 밝은 분위기가 나에게도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방학 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기들, 선배들,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며 개강 첫날은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반가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지도 교수님을 따로 뵐 기회를 만들 수 있었는데(지도교수님과의 면담은 약속보다는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이번학기가 4학기이고 수료하게 된다고 말씀드리니, 졸업논문 모형과 주제 정해와서 논의하자고 말씀을 먼저 주셨다. 뭔가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대학원에서의 졸업은 학생의 실력과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도 분명 맞지만, 

지도교수가 해당 학생을 졸업시킬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더 크다고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계획서가 통과되고 커미티가 꾸려지는 과정을 여럿 봐온 내가 내린 소소한 결론이다. 

그래서 지금 나를 졸업시킬 의지가 보이는 교수님을 따라 어서 계획서를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무런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를 어쩐담... 


이번 학기에도 지난 학기에 하던 했던 L사의 컨설팅 후속 과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실에 풀타임 학생이 많아졌음에도 파트타임인 나를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주시는 교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졸업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만 커졌었는데, 교수님께서 먼저 졸업논문을 빠르게 시작하자고 하셔서 감사했다. 그래, 시간이 걸리고 내 능력이 부족해서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계속해봐야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도 해 봐야지! 


이제부터 다시 고민이다. 박사 논문은 무슨 주제로 쓸지,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부터 찾아보고 고민해 봐야겠다. 


이번학기에 내가 해야 할 일

1. 수료하기

2.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 발표하기

3. 박사논문 주제 정하기 

4. L사 프로젝트 잘 마무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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