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하지 못한 말 #2

엄마에게서 나는 할머니 냄새

by 김나나

엄마,

오늘 아침에는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

요 몇일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 두고 심심해졌다는 엄마의 말이었지.


있잖아 엄마, 환갑이 넘은 엄마는 아직도 젊어보이는데

엄마의 말은 이제 할머니가 된 것처럼 들려.


왜 그런거 있잖아.

할머니들이 말하면 다 고리타분한 것 같고, 옛날 이야기인것 같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 것 같은..

엄마에게서 그런 할머니 냄새가 나려고 하는 것 같아.


사람은 누구나 다 늙는데, 말이지,, 참 그 늙어간다는 건 서글픈일인 것 같아.

반면에 조금 돌려 말하면 성숙해져간다는 것일 수도 있는데, 늙는 것고 성숙해지는 건 비례하지 않는 것 같아.


엄마가 내게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려고 해보는 이런 저런 조언들이 시덥지 않게 느껴지는 거 있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말들에 내가 그런 마음이 드는게 참... 나쁜 딸이야.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는 '멀티적'인 세상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이상하게 들리던지.

멀티적?이라는 말이 무슨 말이야?

커뮤니케이션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커뮤니션이라고 하고,

내 박사논문 커미티에 대해 엄마가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라도 아는 척, 뭐라도 대화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였달까.


그러면서 엄마에게서 짙은 할머니 냄새가 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가만 가만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되는 게 어른의 성숙함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엄마는 얼마나 말하고 싶겠어?

우리 엄마는 나랑 이야기 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전화를 정말 많이 했지.

내가 20살 때에도, 결혼을 하고서도 애를 낳고서도.


우리는 시간이 나면 20분 30분을 넘어 2시간씩도 전화하곤 했었어.

사실 내게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엄마였지.


그렇게 우리가 잘 통하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엄마랑 대화하는게 조금 쉽지 않다고 느껴.

오늘 전화도 엄마가 하는 티비에서 본 것들 말하는 걸 나는 일방적으로 들어준다고 느꼈으니까.

엄마가 티비에서 본 이야기가 내게는 어떤 유익이 있겠으며, 어떤 재미가 있었어.

엄마니까 들어준건데, 나름의 인내가 필요했었어.


우리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나봐.

마냥 내가 어렸던 시절에서 누렸던 엄마는 이제 더 이상 같은 사람으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아.

아니면, 내가 너무 커버린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당연히 엄마와 나의 관계도 변하겠지.

가족이기에 시절인연이 되지는 않겠지만, 내가 10대, 20대, 30대 초반까지 만났던 엄마는, 그리고 엄마가 만났던 딸은 이제 더 이상 그대로가 아닌거겠지.


그러면서 이제는 내가 엄마를 많이 받아주고 안아주고 품어줘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

내가 그동안 엄마 품에 안겨 구석구석 엄마를 누린 것처럼, 내가 엄마에게 언제든 기댈 수 있고, 속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어리광 부리던 딸의 모습은 차츰 지워내고 엄마의 어리광이 아닌 늙다리광을 받아줘야 하는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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