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기분은...
엄마, 사실은 나 요즘 많이 우울해.
그냥 기분이 우울한 건 줄 알았어. 누구나 다 그렇잖아.
어제도 오늘도 재미없는 날들,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은 날들, 나를 그냥 아무도 건들지 않았으면, 내버려뒀으면 하는 날들. 그냥 기분이 요 몇일 안 좋은게 아닐까 했어.
그런데 그게 한달, 두달이 가고 최근 요 몇일은 아무 이유가 없이 눈물이 나.
내게 그렇게 울만한 사건이나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꺼이꺼이 온 세상이 떠나가라 어디서 온지 모르겠는 서러움의 눈물이 쏟아져 나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눈물이 나와.
어제 엄마가 전화와서 왜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냐고 했잖아. 무슨 일 있는거 아니냐고.
근데 아니라고 했잖아 그냥 피곤한 거라고. 근데 사실 너무 우울하고 가라앉아서 힘들었었어.
그 말을 하는 것 조차도 힘들었어서. 그래서 그냥 빨리 전화를 끊고만 싶었어.
왜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무에게도 말해주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엄마는 아무나가 아닌데도 말이야. 나의 희노애락을 늘 숨김없이 엄마랑 나눴었는데, 결혼을 하고나니 뭔가 엄마에게 나의 노와 애를 나누는 일이 그 조차 버거워졌어. 딸의 안부가 아니라 딸의 가족의 안부를 걱정해야 하는 한명이 아니라 두명, 세명, 네명의 안부까지 덩달아 걱정해야 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무거워 보여서였을까.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숨기게 된 내 마음이 너무 커져버렸는데, 커지면서 더 까매지고 썩어지고 문드러져서 냄새가 날거 같아. 그래서 더 보여주기가 어려운거 같아.
몇 주전 엄마랑 목욕탕에 갔을 때도, 너무 우울했는데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했는데, 그 때도 괜찮은 척 했어. 마음속으로는 엄마가 나의 우울을 알아차려봐주길 바라기도 했던 거 같아. 근데 엄마는 모르는 거 같더라고. 차리라 몰라봐서 다행이다. 내 상태가 눈으로 보일 만큼이 아니었구나 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어.
지금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서 내 상태를 말하고 싶은데, 그 조차도 용기가 안나.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볼게. 어떻게든 다시 우울하지 않았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볼게.
병원도 예약했고, 집 밖으로도 나와서 시간을 보내보려 하고 있어.
다음주에는 약속도 몇 개 잡았고, 또 아이들이 하원, 하교 하고 돌아오면 좀 나아지더라고.
엄마, 아직 말 못해서 미안해.
조금 나아지면, 엄마한테도 말해볼게.
미안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