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탐험과 여행 사이
옐로스톤은 늘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네셔널 파크 중 하나였다. 지구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 공부했던 교과서의 제목 그대로 '생동하는 지구'를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구가 좋았다. 어릴 때 집집마다 있던 과학 전집 중에서도 특히 화산과 관련된 책은 나의 최애였다. 그 뜨거운 생동감이 좋았다. 그래서 학부 전공으로 나는 지구시스템과학(지질학)을 선택했고 여전히 이 분야를 공부하는 박사 남편과 살고있다. 남편이 미국으로 박사를 하러 온 덕분에 우리 부부는 미국의 네셔널 파크(National Park)를 탐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교과서 자료 속에서나 보았던 풍경을 육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이 경험들은 기대 이상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내가 왜 순수과학을 사랑했는지 그 이유를 상기시켰다.
경이로움. 이 감정은 내가 지구과학과 천문학에 매료된 이유였다. 그 광활함은 나의 존재를 티클만큼 작게 느껴지게 했고 이 세상에 그 어떤 고민과 걱정거리도 시시하고 사소한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옐로스톤에 가서 대자연을 마주한 순간 이 감정이, 지난 20대 때 했던 나의 모든 선택의 근본적인 이유였음을 깨닫게 됐다. 이 감정은 내가 지구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했고 과학기자라는 꿈으로 이끌었다.
또 이 감정은 나에게 새로운 글감을 제공했다. 이에 나는 미국의 국립공원에 관한 경험들을 독자들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여행기라기 보단 네셔널 파크 안에서의 지적 탐험기가 될 것이다. 국립공원을 여행하며 궁금할 법한 과학 지식을 한스푼 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연 끝판왕, 미국의 네셔널 파크
미국의 국립공원 시스템에는 총 429개의 국립공원 장소들이 등재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미국 영토 내 뿐만 아니라 푸에토리코(Puerto Rico), 버진 아일랜드( Virgin Islands), 미국령 사모아(American Samoa), 괌(Guam) 같은 미국령에 속한 국가들에 있는 장소들까지 포함돼있다. 사실 옐로스톤(Yellowston),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같이 우리가 흔히 '네셔널 파크(National Park)'라고 부르는 장소는 63개의 불과하다. 다만 이 시스템 안에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거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포함하기에 그 수가 훨씬 더 많은 것이라고 한다.
그 중 내가 가장 가보고 싶던, 열광했던 옐로스톤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최근에 다녀온 장소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 바로 이 옐로스톤이기 때문이다.
이후 차례로 와이오밍에 위치한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 그리고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네셔널 모뉴멘트(National Monuments)로 지정된 크레이터스 오브 더 문(Craters of The Moon)을 소개할 것이다.
네셔널 파크(National Park) vs 네셔널 모뉴멘트(National Monuments)
네셔널파크는 자연경관, 관광, 교육적인 목적으로 가치를 보호받는 반면 네셔널 모뉴멘트는 역사적, 문화적, 과학적 의미가 있는 경우 보호 대상이 된다. 크기 또한 중요한데 네셔널 파크에 비해 네셔널 모뉴멘트는 일반적으로 그 규모가 더 작으며, 네셔널파크에 비해 지정될 때 다양한 항목을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 네셔널 파크는 의회(Congress)에 이해 지정되는 반면 네셔널 모뉴멘트는 일반적으로 대통령 선언문(presidential proclamations)에 의해 지정된다. 출처: National Park Service
이 밖에도 뉴멕시코에 위치한화이트 샌드 듄 네셔널 파크(White Sands National Park),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 과달루프 산맥 국립공원(Guadalupe Mountains National Park), 테네시와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네셔널 파크(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콩가리 네셔널 파크(Congaree National Park), 애리조나에 위치한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National Park), 유타에 위치한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쾅! 도장 찍기
현재 남편과 나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국립공원에 가보는 것이다. 말 그대로 진짜 '도장'을 찍기 위해서인데 미국의 네셔널 파크에는 각 국립공원을 방문할 때 마다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Passport'를 판매하고 비지터센터에 도장을 비치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각 국립공원의 우표(stamps)를 모을 수 있는 또 다른 패스포트(Passport) 옵션이라든지 혹은 각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명소들이 그려진 핀이나 마그넷, 패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심지어 아이들을 위한 주니어 레인저(Junior Ranger) 옵션까지 존재한다.
얼마나 많은 도장을 찍게될 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남편과 나는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의 도장을 찍는 그 날까지 여행과 탐험 사이의 여정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