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죽을 뻔했다

by 문 별

맨 처음은 자다가 그랬다.
자다가 눈을 떴는데 숨이 막혔다. 턱 하니 조여 오는 숨통이 닫힌 문 때문인 줄 알았다.
비틀비틀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방문을 열었다. 어질어질했다.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래, 숨을 쉬자. 깊게 쉬자.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쉬었는데 나는 마치 숨을 어떻게 쉬는지 까먹은 사람처럼 허덕거렸다.
아무래도 방 안에 산소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이렇게나 많이 들이마시는데 숨이 막힐 리가 없다.
아무리 침착하려고 해도 나는 이미 과다하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이러다가 죽는 건가?
별안간 자다가 눈을 떴더니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렸다. 자다가 이럴 수도 있나?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를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이건 다 가짜. 내가 다 극복할 수 있는 거야.
숨통이 조여 오는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자다가 별안간에 생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원인이랄 게 없으니까. 그저 내 안에 문제일 거라고 단박에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애초에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나는 없다.
여기엔 그저 죽어가는 내가 있을 뿐이다.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파도가 거세게 치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기어서 아이가 자는 방으로 갔다.
아이를 재우다가 잠들어버린 남편을 있는 힘껏 흔들었다.

그 뒤로 거의 기억이 흐물거린다.
나는 계속 숨을 거세게 쉬며 죽을힘을 다해 죽음과 맞섰고
자다가 일어나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남편은 허둥지둥했을 것이다.
다만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건 남편의 손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남편의 손을 꽉 잡았다. 살고 싶었나 보다.
남편은 나의 등을 계속 쓸어주었고 내가 괜찮아질 때쯤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자고 있다가 죽을 뻔했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서 덮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1분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이불을 내린다.
내가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다가 만약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쓰고 있으면 꼭 내려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견디기가 힘들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다.
그 단칸방에 우리 네 식구가 나란히 누우면 방이 꽉 찼다.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와 엄마랑 싸우는 날이면 피할 곳은 이불 밖에 없었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을 했다.
하지만 난 한 번도 잠든 적이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새벽이 되어 싸우다 지친 엄마, 아빠가 모두 다 잠들 때까지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은 내 보호막이자 감옥이었다.
방이 2개인 곳으로 이사 간 이후부터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은 적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비슷한 상황이 내게 닥쳤다.
목 뒤쪽으로 작은 혹이 생겨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의사가 수술을 잘할 수 있도록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 있어야 했다.
문제는 수술 부위를 제외하고 내 머리 위로 덮개를 덮었는데
그게 엎드려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쓰는 것과 같은 형태인 것이었다.
나는 일전에 자다가 호흡곤란을 일으켰던 때가 생각나 무서웠고 의사에게 숨을 못 쉬겠다고 덮개를 좀 치워줄 것을 부탁했다. 의료진은 내가 엎드려 있는 수술대에 작은 받침대를 올리고 덮개를 덮어 숨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마치 동굴 속에 있는데 입구 쪽 환한 불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주먹만 한 구멍이지만 유일하게 내가 붙들 수 있는 지푸라기였다. 수술하는 내내 그 구멍만 바라보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괜찮아, 숨 쉴 수 있어. 금방 끝나, 견딜 수 있어"
하지만 난 결국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
땀으로 샤워한 것처럼 흠뻑 젖어 과호흡으로 실신 직전까지 갔고 수술실에 있는 의료진 여럿이 달라붙어 내가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게 붙들고 손을 잡아주고 혈압을 측정하고 어깨 손을 주물러 댔다. 그 와중에도 의사는 나의 벌어진 목의 수술 자국을 꿰매고 있었고 대대적인 난동을 피운 후에야 수술이 끝났다.
수술이 끝났어도 나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수술대에 누워 안정을 취한 후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나의 어딘가가 이상해졌고 무언가가 나를 덮치고 있는 것 같아 무섭고 두려웠다.

아무래도 내가 아픈 것 같다.
의사가 아니지만 그래서 정확하지 않지만
몸이 아니라
마음이 고장 나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겪어 본 공포는
이제 아는 공포가 되어
겪기도 전에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모두가 자는 한밤중에 깨어 닫힌 방문을 보면
답답해서 숨이 막히고
또 발작을 하듯 내가 아플까 봐
방을 뛰쳐나가 거실에 가 있는다.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들 하지만
그 또한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나는 망설인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소소한 걱정거리 말고는 평화롭던 일상에서
왜 갑자기, 왜 내게.

이유가 있을 테지.

그래서 [그 때의 어린 나에게] 연재가 시작되었다.
내 마음을 좀 들여다보려고.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를 마주한 것 같다.


(연재 글들을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도 담습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