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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교사가 놀란 한국식 벼락치기”

영국 학교가 권장하는 공부 시간은?

by 런브


한국에서 ‘영어유치원 고시’라는 말이 돌 만큼 조기교육 열풍이 심화되는 가운데, 어린아이들도 레벨테스트를 치르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는 것을 신문기사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알파벳 쓰기와 철자, 발음 이해를 4세(만 3세) 무렵부터 익히며, 입학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탈락’하기도 합니다. 아직 흙놀이를 하며 뛰어놀 시기에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과 씨름해야 한다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저는 영국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요, 시험 준비를 미리 하지 않았던 아들로 인해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둘째 아이가 8학년(만 13세) 무렵에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 공부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 시험 전날 새벽까지 ‘벼락치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미리 좀 하지!' 라는 잔소리를 마음속으로만 품으며 꾹 참았습니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들을 보며 시험을 망치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스러운 마음뿐이었습니다.

다음 날 시험을 치루고 아들은 자랑스럽게 늦게까지 공부한 이야기를 영국 친구들에게 웃으며 전했더니 반응이 의외였다고 합니다.


“늦게까지 공부하면 건강에 해롭다”
“엄마가 강제로 시키는 것은 아니야?”



그런 뒤 며칠이 지나 담임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학교생활도 잘하고 친구 관계도 괜찮다”며 안심시켰습니다.

그러고 나서 덧붙여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늦게까지 공부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평소에도 그렇게 공부시키는지..?


한국에서는 늦게까지 공부하는 걸 오히려 독려하기도 하는데, 영국에서는 이런 방식이 학생의 건강과 정서에 해롭다고 보는 편이라 부모 압력 또는 학대를 의심했던 겁니다.


며칠 뒤에도 다시 전화를 해서 “절대 늦게까지 공부시키지 말라”는 충고를 거듭하셨습니다.


영국은 GCSE(중등 교육과정) 시험 준비도 30분 공부 후 반드시 쉬기를 권장하는 나라이니, 한국식 ‘밤샘 벼락치기’가 낯설기만 했던 거죠. 저 역시 아이에게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동시에 “평소에도 좀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잔소리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두 나라의 교육 문화 차이를 다시금 절감했습니다.


한국은 입시 경쟁 때문에 어릴 때부터 시험과 숙제에 시달리는 일이 흔합니다. 반면 영국에서는 잠과 휴식을 우선시하며, 아이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키는 ‘벼락치기’ 방식에 강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서로의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해도, 어리디 어린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습니다.


‘영국 교사가 놀란 한국식 벼락치기’는 단순히 공부 방식의 문제만은 아닌 사회와 교육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무조건 앞서가게 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정작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하겠지요. 결국, 공부 성과만큼이나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존중해 주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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