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야 May 28. 2023

싱가포르에서 직업 찾기

맨땅에 헤딩, 싱가포르 회사에 문을 두드리다

한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찾은 하숙집은 다운타운에서 멀지 않은 콘도였다. 입구부터 펼쳐진 넓은 수영장이 마치 리조트를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곳이었다. 두 아들의 교육 때문에 남편분과 떨어져 아이들만 데리고 싱가포르에서 생활하고 계신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요리를 잘하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김치찌개, 보쌈, 잡채 등 맛있는 음식을 실 컷 먹을 수 있었다. 옆 방에는 한국에서 장기 출장을 오신 두 분이 한 방에 투숙하고 계셨는데, 아무런 연고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취업을 하겠다고 무작정 온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자유시간에는 나를 데리고 다니시며 밥도 많이 사주셨다. 계획 없이 무장정 싱가포르에 왔지만,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 신기했다. 무엇이든 일단 시도를 하고 나면 해결할 방법은 다 있는 거 같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종종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행운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력서 내러 왔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정장을 입고, 영문 이력서를 들고 '마리나 베이 샌즈'로 향했다. 한국에서 호텔 경영을 전공했고, 방학 때 호텔에서 이턴십을 한 경험도 있어서 호텔 쪽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온라인 지원은 아무런 답변을 못 들었지만, 직접 싱가포르까지 찾아온 열정을 보면 좋게 평가해 줄 거 같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습한 공기와 강렬한 태양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하이힐을 신고 호텔 로비로 같다. 57층 높이의 세 개의 타워와 그 세 개의 타워를 잊는 배 모양의 거대한 수영장을 보고 걸어가며 가슴이 설레왔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타워 1 호텔 로비의 컨시어지 데스크로 갔다. "이력서를 제출하고 싶은 데 인사부에 갈 수 있을까요?" 나중에 알았지만 인사부가 있는 호텔 지하의 백오피스는 보안이 너무 철저하여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다. 그 대신 마리아 베이 샌즈 쇼핑몰에 '탤런트 허브'라는 곳이 있으니 이곳에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2500개 이상의 객실, 카지노, 레스토랑, 쇼핑몰, 뮤지엄 등을 보유한 복합 리조트인 마리나 베이샌즈에 고용된 직원은 만 명이 넘는다. 그만큼 고용도 활발하여 다른 호텔과 달리 따로 '텔런트 허브'라는 곳을 운영하며 지원자들에게 정보를 주며 소통하고 있었다. 호텔 건물에서 이동하여 도착한 텔런트 허브는 수많은 지원자로 붐비고 있었다. 알고 보니 지금이 '워크인 인터뷰' 기간으로 서류 심사 과정 없이 바로 현직 담당자와 인터뷰롤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했다. 신문에도 공고가 나서 많은 지원자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상태였다.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볼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바로 현직 담당자와 인터뷰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이 기회를 꼭 잡아야만 했다. 


바로 지원서를 작성하며 입사를 희망하는 부서에는 프런트 오피스와 마케팅을 적었다. 프런트 오피스는 호텔의 오퍼레이션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했고, 마케팅은 대학 때부터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직 담당자와 인터뷰를 하게 됐다. 나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아직 경력을 없지만 한국에서 인턴십을 한 경험,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에 취업을 하고 싶어 싱가포르에 왔다는 점을 어필했다. 인터뷰 담당자에게 일단 마케팅에서는 외국인은 뽑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고, 프런트 오피스에서 마침 한국인을 찾고 있다고 했다. 매우 희망정인 느낌과 함께 이렇게 첫 번째 인터뷰를 마쳤다. 


두 번째 인터뷰를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으로 지원을 했던 회사 중 2 곳과도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헤드헌팅 회사에 한국인 헤드헌터 분을 만나 이력서도 전달했다. 그러던 중 한국계 금융회사에 현지 채용이 먼저 확정되었다. 그런데 취업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회사에서 신청한 고용 비자가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Employment Pass를 신청했는데, 아직 대학졸업장을 받기 전이라 졸업장 대신 졸업 예정 증명서를 제출한 게 탈락의 원인인 거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비자에서 거절을 당해 취업이 무산되어 상심하고 있을 때, 마리나 베이샌즈에서 최종 면접의 합격 통지를 받았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Emplyment Pass가 아닌 한 단계 낮은 S Pass를 신청하는 거기 때문에 떨어질 확률은 훨씬 낮았다. 비자 진행을 기다리며 일단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비자 확정 소식을 기다릴 때까지 거의 한 달간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결국 회사로부터 비자도 발급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약 세 달간의 싱가포르 취업을 위한 여정이 막을 내렸다. 마니라 베이 샌즈의 연봉은 한국 기업의 연봉에 훨씬 못 미쳤지만, 지금은 해외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고 앞으로의 투자라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복합 리조트에서의 경험은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 앞으로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 같았다.


*싱가포르의 비자 종류

Emplyment Pass(EP): 최소 월급 기준이 SGD 5,000이며, 직업군은 Professional, Manger, Executive로 국한됨

S Pass(SP): 최소 월급 기준이 SGD 3,000으로 기술을 가진 지원자가 신청

Work Permit(WP): 건설, 해양,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비자



매거진의 이전글 이력서만 들고 싱가포르로 떠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