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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야 Jun 09. 2023

싱가포르 첫 직장 적응기

싱가포르의 독특한 영어, 싱글리시 

첫 직장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만난 첫 번째 복병은 세게 각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과 손님들의 영어발음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었다. 프런트 데스크만 해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필리핀, 미국, 중국,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1년 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한 경험은 있었지만, 다양한 억양을 이해하기는 아직 힘들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싱가포르 로컬 사람들의 싱글리시였다. 첫날 싱가포리언 매니저의 브리핑 동안 나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던 거 같다. 심지어 이게 영어인지 제3 세계의 언어인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사용되는 생소한 용어를 강한 싱글리시 억양으로 듣고 있으니 아무리 집중하려 노력해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긴장 반, 설렘 반 부풀었던 마음이 앞으로의 직장 생활에 대한 걱정과 막막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싱가포르의 독특한 영어, 싱글리시란?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싱가포르에서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가 공용어로 사용된다. 싱가포르의 언어문화교육은 영어와 인종에 따른 모어를 양축으로 하는 이중언어 정책에 따른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자신의 모어를 필수 과목으로 공부해야 한다. 사회 통합을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만 모어의 교육을 통해 본인의 뿌리와 문화를 잊지 않게 함이다.


중국계 싱가포르 친구들을 보면 가정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와 중국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정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의 경우 중국어 의사소통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가정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영어보다 중국어를 더 편해하여 영어 문장과 중국어 문장을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독특한 문화에서 싱글리시는 싱가포르에서 공용어로 쓰이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악센트, 단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어의 문법과 문장을 간략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문장은 중국어의 어순에 단어만 영어로 바뀐 듯한 문장도 많다.


직장에서 동료들이 자주 사용한 간략화된 언어의 예 중 하나는 'Can'의 사용이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지만 익숙해지면 긴 영어문장을 문법과 어순에 맞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Can or not?  - 이걸 할 수 있겠어?( Can you do this? )

Can  - 네, 할 수 있어요(Yes, I can )

Can meh? - 확실히 할 수 있어? Are you sure? 

Can lah! - 네, 당연히 할 수 있어요! Yes, of course 

 

문장의 예시처럼 'Can' 만 가지고도 문장 끝에 lah, Leh, meh 중 무엇을 붙이느냐와 어떤 억양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와 감정을 표현한다. 


또 다른 예로, 싱글리시에서는 '먹는다'의 뜻의 영어 단어 Eat 대신, "Makan"이라는 말레이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식사하러 같이 가자"는 "Wanna to go Makan?", "이미 먹었어"는 "Makan already"라고 말한다. "I have already eaten"보다 "Makan already"가 짧고 발음도 편하기 때문에 나도 싱글리시를 자주 사용한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든 싱글리시였지만,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3개월 정도 근무를 하니 오히려 싱글리시에 더 익숙해지고 미국 영어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미국 등 서양의 영어 원어민과 대화할 때는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될 때가 있는데, 싱글리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싱가포르 국민 중에는 싱글리시를 자신의 정체성을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싱가포르 국립대학에는  싱가포르식 영어 강좌도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해외에 나가서도 싱글리시가 들리면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나도 모르게 반가운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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