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풍경에서 기다립니다

우리의 일상은 언제 도착하나요

by 마혜경



지루한 풍경에서 기다립니다


30cm 정도 간격, 대체로 검은색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줄이 되었다
앞모습은 뒤를 만나야 한다
앞이 앞을 만나면 쉽게 끊어진다
노인의 뒤통수는 깔끔하다.
학생의 머리가 구겨져있다
사람들의 귀에는 하얀 끈이 걸려있다
그 끈은 두 귀를 잡았다

입을 막았다
마스크,라고 말하면 모두가 쳐다보는
없던 줄도 새로 생기는
내 생일보다 출생연도가 필요한 마스크
마스크,라고 말하면 대란이 일어난다나
줄을 섰다
줄어들고 이어진다
뛰어와 잇기도 하고
중간에 끊는 사람도 있다
X맨 게임이라도 하는 걸까
표정을 마스크에 숨긴 채
줄을 서고 있다니
마스크요, 흰 가운 입은 여자에게
민증과 삼천 원을 건넨다
줄이 반듯하고 촘촘해진다
귀가 없다면 하얀 끈은 어디에 걸어야 할까
제아무리 마스크,라고 외친 들
걸게끔 디자인된 마스크는 걸리지 못하고
묶이거나 붙어서 제대로 틀어막지 못할걸
귀가 있어 다행이야 마스크는
줄이 끊어졌다 이어진다

노인도 학생도 보이지 않는다
끝났어요 마스크, 삼만 원을 준대도 끝은 끝이죠
말했죠 금방이라고

제아무리 마스크,라고 외친 들
마스크를 밀고 나온 말은

마스크가 되지 못합니다


말들이 하얀 끈에 걸려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