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매운맛, 그리움
-기다림의 시간-
'나'를 지나간다. 나를 버린 후 버린 나를 바라본다. 시간을 정성껏 다듬고 기다려야 빨갛게 모아지는 알싸함, 입 안으로 들어온 그 맛은 아마 날카로운 가시를 세울 것이다. 그렇다고 놀라지 마시길. 몇 개의 계절이 가느다란 햇살과 파고든 흔적일 뿐. 그 시간은 태양이 혀 위에서 춤을 추는 순간. 그것을 나는 빨간 맛이라 부르고 싶다. 빨_간_맛!
손가락으로 콕 찍어 올리면 끝이 활처럼 뾰족한, 그러나 누구도 찌르지 않는 겸손에 곧 웃고 말 걸. 입 안의 통증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곧 괜찮아진다는 의미. 너무 많은 걸 삼키려는 우리의 고집에 매운맛 톡톡히 보이는 중.
빨간 맛은 스피드를 혐오하는 관계로 기다림으로 우리를 길들인다. '나'를 지나가는 시간이 몇 번은 반복되어야 맛볼 수 있는 맛. 내 손을 떠난 후 어떤 모습이 될지는 햇살과 시간, 계절이 의논해야 할 문제.
난 문을 닫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단지 밝은 빛을 가득 모아 그 위에 뿌리거나 얼굴거울을 자주 보여줄 뿐. 그러니 너무 놀라지 마시길. 그 빨간 고추장이 갑자기 눈물을 쏘옥 뺀다 하더라도...
파다당
고추장 가져와라
고추장이라고 아무 데나 찍어?
먹는 것도 다 짝이 있어
엄마,
갑자기
그 단골손님이 그리워
무엇보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정성껏 모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