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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혜경 Jul 22. 2020

지금 中

'금지'가 아니지




새벽에 잠에서 깼다. 알람이 울리려면 한참 있어야 하는데. 잠은 더 오지 않고 누워서 천장만 바라본다. 바깥은 어둡다. 공간은 사람의 깨어남 정도에 따라 조도를 맞추는 건지 주변이 점점 눈에 들어온다. 어제 읽다만 책과 충전 중인 노트북 그리고 쓰다만 글들이 조용히 잠에서 깬다. 나만 깨어나면 언제든 나와 관련된 모든 것도 깨어난다는 사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어본다. 뉴스가 아닌 블로그와 브런치 글을 읽는다. 사건보다 사연을 좋아하는 이유가 크다. 그들의 글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진부하거나 뻔하다는 생각보다 참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무의미해 보이지만 정작 본인에겐 유의미하므로 그것은 건강한 루틴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알람 없이도 일어날 수 있고, 고민하지 않고도 활자를 기다랗게 뽑을 수 있다.



바깥은 어둡지만 주변은 적당히 밝다. 모두 자고 있는 시간에 혼자 깨어나 생각을 다듬는다. 어떤 조바심이 잠을 건드렸을까. 곰곰 생각해본다. 그렇지. 할 일보다 해야 할 일. 그것이 나를 툭, 밀었다. 해야 할 일이 한 곳에 쌓여 산처럼 솟았다. 누가 보면 일이 많은 줄 알겠지만 할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은 미루고 미룬 습관이 크다는 뜻이다.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오늘처럼 잠에서 깨는 것이다.





금지가 아니야
지금 中



ⓒ마혜경



자기 검열을 병적으로 하니까 미루고 미루게 되는 거다. 검열이 길어지면 핑계가 자라게 되고 핑계가 자리 잡으면 모든 게 금물이 된다. 적어도 내 이유는 그렇다. 지금 할 일에 브레이크를 걸고 '금지' 팻말을 꽂으니까 지금 하는 일이 성급해 보이고 엉성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많은 할 일이 결국 해야 할 일로 미뤄지고 나중에는 산처럼 거대한 벽이 되는 것이다. 그 산이 산사태로 둔갑해 덮치기 전에 한 삽씩 떠서 평평한 들판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말이다. 지금은 금지가 아니므로.








이런저런 생각으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책상 앞에 앉으니 정신이 또렷하다.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좀 더 다른 세상으로  아침을 만나고 싶다.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옳기에.

생각이란 게  한 곳만 파길 좋아하니까 이렇게라도.



비가 내려서 좋은 아침이다.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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