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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혜경 Jan 01. 2021

유치원 가는 어른

잠시 못되게 굴 것


Photo by David Werbrouck / Unsplash




유치원 가는 어른




방금 내린 커피를 후우 불어본다
유리창이 손바닥만 한 입김을
풍선처럼 불었다가 삼킨다
창밖에 유치원 가는 어른
어깨보다 작은 가방을 메고
울고 있는 더 작은 손목을 잡고
두 개의 까만 머리가 걷고 있다
 
햇살이 유리창을 지나간다
유치원 간 어른이 돌아온다
어깨와 손을 그곳에 비우고
차박차박 걸어오고 있다
 
이때 세상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을 바쁘게 괴롭힐 것
서로가 그립지 않게
까맣게 잊을 수 있게
잠시 못되게 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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