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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혜경 Jun 17. 2021

어떤 글을 쓸까

요즘 고민들


읽는 이유는 '쓰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읽다'의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순간을 스치며 전환될 뿐 기록되지 않는다. 우리의 기억은 망각을 향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공들여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된다. 쓰는 행위가 읽는 행위의 종착지라는 의미다.

이성적인 인간  ⓒ마혜경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이유는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이란, 이치에 맞게 사리를 분별하는 행위로, 논리와 지성을 겸비해야 비로소 빛난다. 무엇보다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면 이성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 평소 자신의 가치관이 중심을 잘 잡고 있는지, 어디 부러진 부분이 없는지 스스로 검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한 사람의 정당한 논리는 누구도 깨기 어렵다. 그래서 잘 정리된 논리가 '설득'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

글에 있어서도 논리가 중요하다. 철학자 베이컨의 주장을 빌린다면, '결합'과 '해체'의 규칙만 지키면 실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안의 언어 주머니를 펼치는 행위는 글쓰기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다. 그 이후의 행위부터가 진정한 글쓰기다. 그러니 주머니를 펼치는 일에 미리 겁부터 내지 않았으면 한다.


언어는 배치의 문제  ⓒ마혜경


언어 주머니에 손 좀 넣어 볼까. 방금 주머니에서 몇 개의 조각을 꺼내 'A는 B다'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다시 허물고 'A는 B가 아니다'라는 문장도 만들 수 있다. 이 두 문장은 쓰는 자의 사유에 의해 선택다. 이처럼 글은 배치의 영역에 가깝다. 퇴고가 글쓰기의 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좀 웃긴 얘기지만 '선 창고대방출 후 뜯어고치기'가 글쓰기의 완성 과정이다.

이제 글감을 찾아보자. 좋은 글감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물을 받을 때에도 첫물을 버리고 다음 물을 받듯이, 물감도 짜낼수록 선명하고 깨끗한 색이 나온다. 글도 마찬가지다. 누에에서 실을 뽑듯 생각을 뽑아보면 낯설고 특별한 글 재료를 구할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놀이를 습관적으로 즐겨한다면 누구나 좋은 글감을 만날 수 있다.



글감은 가까이 있다 ⓒ마혜경



가장 쉬운 건 '지난주 있었던 일'에서 출발해 꼬리를 물고 키워드를 정리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쓰고 싶은 글감을 만날 것이다. 멀리 있는 글감도 좋지만 가까운 곳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무심코 지나친 것들 속에는 의외로 보석이 많다.



사람들은 첫 문장에 많은 고민을 한다.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펜을 쥐고 있다. 오히려 막힐 땐 대충 넘어가 보자. 두 번째 문장을 쓰고 다시 올라와 언제든 고치면 된다. 글은 사다리를 닮아서 위로 아래로 오르내리기가 쉽다. 피라미드처럼 무조건 처음부터 잘 쌓아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자. 한 곳에서만 정체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좀 가벼운 마음으로 써도 큰일 나지 않으니 가볍게 펜을 고 빈칸을 채워보자. 벌써부터 사각사각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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