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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Lee Nov 10. 2019

긴 기다림의 끝, 설레는 시작

<아일랜드에서 멈추다>가 모요사를 통해 예쁜 책으로 태어납니다

한국에 한달 반 정도 다녀오고, 오자마자 존과 함께 일주일 간의 짧은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일랜드는 벌써 차가운 겨울이다.

크루즈 여행 중 머물렀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메노르카섬, 그리고 이탈리아의 작은 항구 도시들은 20도 안팎으로 따스했다. 한낮에는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아침저녁으로는 편안한 면카디건을 걸치고 다녔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게다가 바람까지 딱 기분좋게 알맞은 날씨,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사람이 너무 많지도 너무 썰렁하지도 않은 적당한 비수기였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돌아와 보니 알겠다.


물론 집에 오니 좋다. 내 집처럼 편안한 곳은 세상에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아일랜드의 축축하고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견뎌야 할 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에게 봄소식처럼 설레는 소식이 하나 있다. 내 첫 책이 곧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사실 이 얘기는 2년 전 출판계약을 맺었을 때 들뜬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이미 이 공간에 부려놓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계약 2년만에 드디어 출간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물회오리처럼 일어났던 수많은 감정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책의 컨셉과 방향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원고의 절반 이상을 새로 썼고, 사진의 3분의 2를 다시 찍었다. 여행에 대한 글이 많았으므로, 재촬영을 위해서는 지방마다 다시 찾아가야 했다. 솔직히 나에게는 원고를 고치고 다시 쓰는 것보다 사진을 찍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 글만 썼던 사람이 책에 들어갈 모든 사진을 책임지고 찍어야 했으니 그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글만 써서 넘기면 되는 장르를 선택할 걸, 왜 여행 에세이를 쓰겠다고 했나 하는 후회가 된 적도 있다.

출판사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출간 일정이 자꾸 늦어지면서, 과연 이 책이 제대로 나올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스물스물 파고 들기도 했다. 책이 나오는 순간까지는 누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매일 매일 나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됐다.


이제 정말로 끝이 보인다. 디자인 3교 교정까지 마쳤고, 책 제목과 표지디자인도 마지막 수정 단계니, 늦어도 2주 후에는 내 늦둥이의 탄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책을 내 본 선배들의 경험담을 빌자면, “일단 책이 나오면 그동안 고생했던 거 하나도 생각 안 난다”고 한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겠지, 곧.

글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브런치의 <아일랜드에서 멈추다> 매거진에 올렸던 글들이 밑거름이 되었다. 그동안 가물에 콩 나듯 글을 올리는 작가의 브런치를 구독해 주시고 댓글로 응원해 주셨던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낀다. 책이 나온 후에도 아일랜드에 대한 일상과 여행, 내가 여행하는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브런치를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아니, 더 열심히 해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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