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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Lee May 08. 2020

오늘도 균형 잡는 연습을 하며

5월 5일 : 치우침 없이 유연하게, 흔들림 없이 한결같이

Dear Diary. 벌써 5월. 생명이 차오르는 계절 봄의 4월이 거리에 정적만 남긴 채 지나갔어. 마치 2020년 달력에서 뚝 떨어져 새로운 4차원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비현실적인 기분이야. 무섭고 잔인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바깥의 시간과 봄빛이 나긋이 내리는 집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고 있는 나의 시간이 철저히 분리되어 버린 것처럼 이상하고도 혼란스러운 한 달이었지. 지구상에서 코로나를 뺀 모든 이야기가 증발해 버린 듯. 그래도 순간순간 사랑으로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하며 웃음을 나누었던 따뜻한 기억들이 함께 남았으니 감사하고 있어. 그리고 드디어 오늘! 코로나로 인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 1단계가 시작되었어. 2km 이내로 제한되었던 이동거리가 5km로 늘어났고, 편의점이나 도넛가게, 철물점 등 개인영업을 하는 작은 가게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어. 앞으로 2주 간격으로 규제 완화 영역과 범위를 점차 넓혀간다고 해.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쩌면 완전히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조금씩 회복되리라는 희망으로 오늘 하루도 힘을 내는 거야. 나는 요즘 균형을 잡는 연습을 하고 있어. 세상의 현실과 내 일상 사이의 균형 잡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병원에서는 날마다 전쟁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은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고,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미뤄왔던 공부나 취미생활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화상채팅을 하며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을 달래고. 나도 마찬가지야. 코로나 초반에는 매일 아침 뉴스부터 확인했는데 언젠가부터 뉴스를 일부러 잘 보지 않아.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하지만 무조건 바깥 뉴스에 귀를 닫고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지는 않아.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어.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작은 물질이나 위로의 말 한 마디라도 진심으로 전하는 것. 또 하나는 내 몸과 마음의 균형 잡기. 아침마다 요가를 하면서 발견하지. 내 몸이 이렇게 균형을 못 잡는구나! 한 다리로 버티고 몸을 수평으로 유지하는 동작을 할 때마다 바닥을 지탱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면서 넘어지길 반복해. 그래도 매일 연습하다보니 조금씩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세도 나아지더라. 몸과 함께 마음의 균형감각도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아무래도 인터넷 안에서 서성거리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을 뒤적이는 시간도 많아지잖아. 그런데 SNS라는 게 묘한 것이 의도하지 않아도 그들의 모양과 내 모양을 자꾸 비교하게 되는 거야. 사람들은 대부분 멋진 모습, 행복한 순간을 SNS에 올리기 때문에 당연히 나보다 나아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은 어느새 부러움과 질투로 가득 차고 요것밖에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자책하면서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야.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고, 나를 가장 좋은 길로 안내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쓸데없는 욕심을 내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리지. 마음에서 비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워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동시에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이.

5km 거리 이동이 허락된 기념으로 오후에는 존과 함께 그리웠던 킬라이니 언덕으로 차를 몰았어. 그 사이 나뭇잎들은 더 무성해지고 초록빛은 더 선명해져 있었어. 어느새 초여름 분위기가 물씬 나더라. 한층 깨끗해진 공기 덕분인지 언덕에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는 코발트 물감처럼 파랗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실 때마다 폐 속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었어. 존도 오전 내내 계속된 미팅과 수업으로 쌓였던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는지 한결 가볍고 부드러워져 있었어. 우리는 멀리 브레이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나란히 앉아 손을 꼭 잡았어.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위로했어. 오늘밤에는 뭔가 기분 좋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상상을 하며 잠을 청해야겠어. 꿈속에 나올 수 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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