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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Lee Aug 08. 2020

'나답다'는 말의 굴레를 벗고 나다워지기

'나다움'은 삶의 가치를 향한 변화에너지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너 원래 이런 애 아니잖아.”

“나다운 게 뭔데?!”

이런 대화,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이고 실제로 우리 일상 속에서도 친구 사이, 연인 사이에 종종 등장하는 대사니까. 그 다음은 보통 이렇게 이어진다.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이게 원래 나야. 그러니까 신경 꺼.

이 대화가 100%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누구도 ‘너답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방어기제가 생겨 공격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기다움’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실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은 소수고 대부분은 이름 없이 평범하게 살다 떠나지만, 그래도 각 사람에게는 하나뿐이고 한번뿐인 소중한 인생이다. 그리고 그 인생을 의미 있게 해주는 것은 ‘나다움'이다.


나 또한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시류에 휩쓸려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것보다 남이 뭐라 하든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줏대 있게 사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타인이 말하는 ’나다움‘은 옷차림이나 말투, 어떤 상황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을 보여주는 외적 기준에 의해 평가될 때가 많다. 그래서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너답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20대까지는 그런 말을 들으면 쉽게 상처를 받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나다움’에 이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삶을 더 경험할수록 인간이 얼마나 다면적인 존재인지 깨닫게 되고, 내 안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상반된 성향이 모두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친절하고 따뜻한 모습의 나도, 날카롭고 예민한 모습의 나도, 밝고 재미있는 나도, 우울하고 무기력한 나도 모두 ‘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세상의 비교와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에서 진정한 ‘나다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나답다’는 것은 단순한 현실 수용이나 ‘나는 원래 그래’라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깨닫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지향성을 갖는다. 즉, 여전히 자주 실패하고 실수도 많이 하지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나’, 그 능동적인 변화의 과정에 있는 ‘나’가 현재 가장 나다운 나인 것이다.


나를 가장 나답게 해주는 순간들을 생각해 본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사람들과 편안하고 진실한 사랑의 관계 속에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마음을 나누는 상대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나 지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 처음 만나는 사람일 때도 있다. 내가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준비가 되면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실린다. 그렇게 진심이 담긴 나의 말과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좋은 에너지가 된다. 동시에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도 유연해진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 '위로와 힘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움직이는 나의 모습 속에서 나는 ‘나다움’을 발견한다.


또 한 가지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은 ‘혼자 머무는 시간’이다. 머무는 장소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나 영화관, 와인바일 수도 있고, 내 방 한 모퉁이에 있는 작은 책상 앞일 수도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어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의 낯선 거리나 싸고 불편한 호스텔 침대 위가 되기도 한다. 아이 없이 아이리시 남편과 단둘이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나는 많은 시간을 남편과 함께 보낸다. 하지만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아는 남편은 가끔 혼자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났다 돌아오는 아내를 묵묵히 응원해준다. 혼자 머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내 안의 욕망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슬퍼하는 나를 달래기도 하고,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켜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세우며 희망을 다져보기도 한다. 사실 혼자이지만 나를 바라보는 신의 눈빛과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둘의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이 시간들을 통해 부족하지만 사랑받는 존재로서 내 자신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기쁘게 돌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떠남도 만남도 예전처럼 자유롭지 않은 요즘, 제한되고 반복적인 일상에 지칠 때도 있지만 순간순간 새로운 마음으로 나를 둘러싼 사람과 사물들, 공간과 자연을 바라보려 한다. 오늘 하루도 나답게 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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