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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Lee Aug 22. 2020

도니골 푸른 여름날의 휴식  

8월 10-12일 : 친절한 마을, 꾸밈 없는 자연의 매력 속으로

Dear diary.


골웨이와 슬라이고에서 돌아온 후 주말은 집에서 쉬고, 다시 돌아온 월요일 아침 우리는 다시 여행을 떠났어.  이번에는 도니골(Donegal)과 데리(Derry)! 슬라이고에서 아틀란틱 해안을 따라 좀더 북쪽으로 가면 도니골, 도니골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더 북쪽으로 달리면 영국 국경을 넘는 첫 도시 북아일랜드의 데리야.

동선으로 보면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슬라이고에서 로드트립을 이어가는 게 맞았지만, 존이 토요일마다 블랙락컬리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의외로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 전혀 다른 두 번의 새로운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거든! 게다가 주말 동안 여행이 끝난 아쉬움을 떠날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달래고, 동시에 내집의 편안함을 즐기며 여독을 풀 수 있어서 참 좋았어.

도니골은 결혼 전 혼자 가본 적이 있지만 존과 함께 가는 건 처음이었고, 데리는 우리 둘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도시였어. 도니골은 버스로 데이투어를 하며 참 아름답다 느꼈던 기억이 있지만 차가 없어 구석구석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데리는 솔직히 관심 밖의 도시였다가 북아일랜드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지.

도니골로 가는 고속도로는 골웨이로 가는 도로보다 좁고 중간에 점심을 해결할 휴게소도 마땅치 않아서 좀 고생했지만, 혹시 몰라 가져간 과일과 샌드위치가 있어 다행이었지. 가는 길에 나타는 작은 강물 곁에 차를 세우고 가져간 음식을 먹으며 계획에 없던 피크닉을 즐겼어. 다시 차를 몰아 예약한 도니골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쯤. '더브릿지 B&B'의 주인 스티브가 막 청소를 끝냈다며 안내해준 이층 끝 우리 방에서 타운을 가로지르는 이스크강이 바로 내려다 보였어. 맑은 물이 경쾌한 소리로 흐르고 오래된 스톤브릿지가 아주 잘 어울리는 작고 예쁜 강이었어.

먼 길을 오느라 둘다 피곤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 낮잠은 생략하고 바로 시내 구경을 나섰어. 숙소 앞에 있는 스톤브릿지를 건너면 중앙광장이 나오는데, 웬만한 편의시설은 모두 그 광장 주변과 광장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길들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 30분 정도면 대충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 도니골 카운티의 중심타운인데도 크기로만 보면 정말 '동네' 수준이었는데, 난 오히려 그점이 참 좋았어. 내일은 도니골이 휴양지로 인기 있는 이유, 특별히 아름답다는 자연풍경을 하루종일 즐기기로 하고 오늘은 타운의 소박함을 즐기기로! 존이 동네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나는 광장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녔어.


다음날 아침,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눈부셔 저절로 잠이 깼어. 지난 주 골웨이, 슬라이고 여행 때랑 달리 이번 여행은 정말 날씨가 첫날부터 환상이더니 그날도 하루종일 그리 좋으려나봐,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여름의 마지막 선물처럼 느껴지더라. 우리는 스티브가 차려주는 정갈한 아침식사를 먹고 나서 킬리백(Killybegs)으로 향했어. 킬리백은 크고 작은 어선들이 드나드는 도니골의 대표적인 항구마을로 아일랜드 전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해. 배와 물고기를 사랑하는 존이 미리부터 찜해 둔 장소였지. 더니골 타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타운에 가까워질수록 비릿한 바다 냄새, 물고기 냄새가 점점 더 짙어졌어. 커다란 고깃배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는 부두 곁에서 선원들은 바쁘게 손을 놀려 낚시줄을 손질하고 있었지. 우리는 항구에서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부두 가까이 가서 배를 구경했어. 마침 부두 끝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아빠와 어린 아들이 동시에 물고기를 낚아 올렸어. 아빠의 낚시줄 끝에는 어른 팔뚝만한 커다른 물고기가, 아들의 낚시줄 끝에는 아이 손가락만한 작은 물고기가 매달려 팔딱거렸어. 비늘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햇빛 부스러기들이 참 눈부셨지.

동네를 천천히 한 바퀴 구경하고 다시 항구로 돌아와 바다가 보이는 호텔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어. 코로나 이후 처음 먹어보는 카보리 런치. 존은 훈제한 후 구워낸 흰살생선에 감자, 양배추, 당근을 곁들이고, 난 아채만 달라고 해서 메인으로 먹었지. 구운 감자, 삶은 당근과 양배추 모두 아무런 양념 없이 익힌 것들이었지만, 재료가 신선해서인지 채소 본연의 단맛과 짠맛 그대로 충분히 맛있었어.


점심을 먹고 난 뒤 좀 더 북쪽으로 차를 몰아 슬리브 리그 절벽(Slieve League Cliffs)에 올랐어. 도니골 남서쪽 해안에 위치한 이 해안절벽은 유럽에서도 꽤 높은 고도와 잘 보존된 지형을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어. 우리는 산 중턱쯤 나타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 절벽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가파른지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걸었지. 사실 얼른 구경하고 저녁에 예약한 식당 예약시간에 늦지 않게 돌아갈 계획이었거든. 그런데 왜 막연히 별로 멀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까, 가도 가도 끝은 안 보이고 길을 점점 더 가파라지고, 존의 얼굴은 조금씩 굳어졌어. "얼마나 더 가야 해? 우리 도니골로 돌아가려면 1시간 반은 걸릴 텐데."

투덜거리는 존을 달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눈요기로 다리의 피곤함을 달래며 그렇게 거의 1시간을 걸어서야 절벽 끝에 도착했어. 골웨이의 모헤어 절벽보다 웅장함은 덜했지만 절벽 아래 푸른 아틀랙틱해와 저 멀리 바다에 떠 있는 듯 아스라이 보이는 슬라이고 산맥이 그림보다 아름다웠어. 내려오는 길에는 존의 콧노래가 들렸지. 역시 힘들어도 오르길 잘했던 거야.


도니골로 돌아온 우리는 숙소에서 쉬다가 늦은 오후와 이른 저녁 사이 동네 산책을 했어. 저녁은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 예약해둔 펍에서 먹었지. 더니골이 해산물로 유명한 만큼 존은 점심에 이어 저녁도 생선으로 정주행, '그날 잡은 생선'으로 요리하는 '오늘의 스페셜'을 시키고, 나는 세 가지 콩을 매콤한 토마스 소스에 볶아 밥 위에 얹은 비건요리를 시켰어.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먹으니 더 없이 좋더라. 도니골에서의 마지막 밤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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