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a Lee Jan 01. 2021

오리무중 새해, 그래도 꿈꿀래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0년을 보내며

Dear diary.


12.31. 휴대폰 바탕화면에 떠 있는 숫자를 오래도록 들여다 봤어. 2020년이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 늘 한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이런저런 감정이 오가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그렇네. 그야말로 기승전 코로나로 점철당한 한해였으니까. 연말이면 각종 모임과 송년회로 떠들썩하게 보냈던 예년의 시간들이 거짓말처럼 느껴져.

처음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올해 초만 해도 이 해가 끝날 즈음에는 종식되리라 기대했던 것 같아. 하긴 누가 이 싸움이 이렇게 지난해질 줄 상상이나 했겠어? 어디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니!!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더욱 보고싶어지는 오늘, 어쩐지 서글퍼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2021년도를 맞이하며 내가 꿈꾸는 새로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건강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당연히 0순위고, 새해에는 무엇보다 두려움 없이 글을 쓰고 싶어. 올 한해 두 번째 책을 시작하지 못한 데 대한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려고.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4월이나 5월 중 미뤄두었던 마드리드 한달살이 계획을 추진하려 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마드리드의 숨은 매력을 사진과 짧은 단상으로 풀어내 보고 싶어. 그 전에 시작하고 싶은 또 다른 프로젝트는 내가 아일랜드에서 경험한 채식과 비거니즘을 여행하는 삶 속에 녹여내는 이야기야. 소설의 형식을 빌어 쓴 에세이를 시도해 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다음은 스페인어 공부! 가끔은 빨리 늘지 않는 실력에 조급한 마음도 들지만, 조금씩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분명 자유롭게 스페인어로 대화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오겠지? 존과 올해 포기한 멕시코 여행을 8월에 가려고 계획 중인데, 그때 공부한 거 제대로 써먹어 보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해야지. 만약 멕시코 여행의 꿈이 이뤄진다면 하나도 놓치지 말고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둬야지!


그리고 나의 영혼과 내면의 건강을 잘 살피는 한해를 만들고 싶어. 올해를 돌아보니 많은 부분 내가 가진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결정하며 살았더라고. 새해에는 나 중심으로 생각해온 이기적인 모습을 버리고, 내 속에 내밀하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고 싶어. 그분의 생각이 나의 생각보다 깊고, 그분의 선택이 나의 선택보다 지혜로운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반대하실까봐 일부러 듣지 않은 적도 많았거든. 새해에는 나보다 주변을 좀더 돌아보고, 인연으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하고 나누면서 살아야지!


한국은 벌써 2021년 새해가 밝았겠다. 9시간 늦은 이곳은 오후 4시, 짧은 겨울해가 서서히 산을 넘어가고 있어. 종각에서 울려퍼지는 재야의 종소리는 못 들었지만, 더블린 리피강 위로 쏘아주는 불꽃을 텔레비전으로 보며 존과 함께 붉은 와인잔을 부딪치며 새해를 축하해야지. 올 한해 우리 모두 정말 수고 많았어. 새해에는 너도 나도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자. 코로나 따위, 사랑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Happy New Year!! **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의 겨울햇살이 머무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