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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Lee Mar 05. 2022

다시, 마드리드

작은 방에 짐을 풀고 감기를 앓았다


2019년에서 2022년으로 무려 3년을 건너뛰어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3 전과 똑같이 한달살이라는 명목이다. 사실  번쨰 마드리드 한달살이를 계획한  2 전이었다. 나의   <아일랜드에서 멈추다> 세상에 나온   얼마 되지 않을 때였고,  마드리드에 대한 이야기로  번째 책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해  코로나가 터졌고  세계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여행을 금지 당했다. 여행의 모양을  모든 것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여행과 관련된  시장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아일랜드에 대한  책도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던  번째 프로젝트까지 좌절되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힘들었다. 물론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책을 냈지만, 나는 혼란의 시대 속에서 영감을 찾는  실패했다. 나에게는 그저 길고  방황의 시간이었다. 언제 다시 글을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마음을 잃는 날들이 많았다.


코로나 2년,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수많은 목숨을 잃었고, 완전히 바뀌어 버린 인간관계 맺음의 방식과 비즈니스 시스템에 적응해야 했다. 특히 여행을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는 떠날 수 없어 더 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2022 현재, 지난한 기다림 끝에 여행이 목적인 사람들에게도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여전히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았지만, 아니 종식되지 않을 것이므로, 이제 코로나와 같이 살아간다는 전제 하에 사람들은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나도 다시 짐을 쌌다.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점만 빼면 모든 것이 똑같아  보였다. 공항은 사람들로 붐볐고, 비행기도  좌석 하나 없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마드리드의 작은 집에 짐을 풀자마자 사흘을 꼬박 앓았다. 존과 함께 휴가로 안달루시아 카디즈에서 일주일을 휴가로 보내고 마드리드로 온 후라 여독으로 몸살이 온 것 같았다. 혹시 코로나일지도 몰라 근처 마트에서 몇 가지 먹을거리를 사서 냉장고를 채웠다. 며칠간 집에서 좀 쉬면서 상태를 지켜볼 생각이었다. 고민 고민 끝에 월요일부터 시작하려던 스페인어 학원 등록을 일주일 미뤘다. 내 몸 상태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학원에 메일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좀 허전했다. 열심히 스페인어 공부하려고 마음 먹고 왔는데 일주일이 붕 떠버렸으니.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인 걸.

오래된 스페인 하우스의 돌마루를 딛을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발바닥이 시렸다. 슬리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첫날 밤, 히터가 꺼지는 한밤중에 한기 때문에 몇 번 잠을 깼다. 다음날 아침 집주인 페르난도에게 담요 한 벌을 더 부탁해 이틀째부터는 두 겹으로 덮고 잤더니 견딜만했다.

그래도 내가 지낼 작은 방이 남동쪽으로 향해 있어 낮동안은 해가 제법 따뜻하게 들었다. 침대와 책상이 유리창 옆에 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침대에 누워도, 책상에 앉아 있어도 늘 볕을 쬘 수 있고, 창 밖으로 이웃집 테라스의 예쁜 꽃 화분들을 볼  수  있는 것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소음들이 귀곁을 스치는 것도 좋았다.  


콧물이 너무 많이 흘러 쉼 없이 풀었더니 코 주변이 다 헐어서 코를 풀려고 휴지만 닿아도 아프고 쓰리다. 약간의 미열과 두통이 남아 있지만 정신 사나운 재채기가 잦아들어서 살 것 같다. 셋째 날부터는 기운이 좀 나서 아침에 요가도 했다. 그런데 스멀스멀 외로움이 올라온다. 남편과 카디즈에서 일주일 내내 붙어 있다가 마드리드로 오자마자 혼자 집안에 갇혀 있었더니 그런가보다. 그래서 내일 저녁 때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엘지전자에 다니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마침 마드리드에 출장을 와 있다고 했다. 나에게는 선물 같은 소식이다. 친구와의 맛있는 밥 한끼와 와인 한 잔이 지난 사흘의 혹독한 마드리드 신고식을 위로해 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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