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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Nov 18. 2020

Hey, DJ! 그 음악을 틀어줘요.

글쓰기와 배경 음악의 관계에 대한 유의미한 고찰

내가 글쓰기를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막 떠오른 영감과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좋은 컨디션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배경음악이다. 


카페에서 글쓰기를 할 때면 내가 선곡을 할 수 없다. 카페 주인장이 선택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데로 들을 수밖에 없는데, 내 취향의 음악이 나올 때면 그날 그 카페를 선택한 내 안목에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글쓰기에 맞지 않은 음악이 나와 집중력을 방해할 때면 그 핑계로 글쓰기는 멈춘 채 딴짓을 한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도 집중이 어렵고 백색 소음같이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도 키보드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집중을 흐트러 뜨리기도 한다. 


나란 사람이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점점 내 취향이 명확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외부에서는 아무래도 복불복이다 보니 내 마음에 드는 음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집에서 글 쓸 때가 가장 편안하다. 


내 마음대로 음악을 선곡하지만 이것 또한 때와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아침에 글을 쓸 때는 주로 새소리가 나오는 밝은 분위기의 명상 음악을 선택한다. 아침이 주는 신선함과 새의 지저귐이 나의 집중력을 향상해준다. 아침잠이 덜 깼을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느리거나 무거운 명상음악은 피하는 편이다. 몇 글자 쓰다가 졸음에 못 이겨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던 경험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나 저녁에 글을 쓸 때는 주로 재즈 음악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 재즈 음악도 워낙 다양해서 이것저것 고르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다른 채널을 선택한다. 어떤 날은 한 번에 좋은 음악을 선택하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여러 번 채널을 바꾸어야 할 때도 있다. 




내가 글을 쓸 때 듣는 배경 음악 중 반드시 피하는 음악도 있다.  


-집중을 방해하는 악기 소리

가령 클래식 곡인데 피아노가 너무 강조되거나 재즈 곡인데 색소폰으로만 연주한 곡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너무 빠른 템포의 음악

생각의 속도보다 음악의 속도가 빠르면 집중력을 흐트러 뜨린다.  


-가사가 있는 음악

팝송이든 가요든 가사가 들리면 글 쓰기를 할 때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가사가 나오는 음악을 듣다가도 글을 쓸 때는 꼭 가사가 없는 음악으로 바꾼다. 


-매번 똑같은 음악

늘 듣던 음악은 멜로디를 기억하게 된다. 그러면 이상하게 나의 청각이 그 멜로디를 따라가게 된다. 그때 생각의 흐름은 글이 아닌 소리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 




내가 글을 쓰며 선호하는 배경 음악을 정리하고 보니 내 생각의 속도와 타이핑의 속도를 잘 맞춰주는 음악이 최고의 배경음악이었던 것 같다. 


내 생각의 속도를 타이핑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잠시 멈추고 생각을 되새길 때도 방해받지 않을 분위기의 음악, 뒤엉킨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앞 뒤 문맥을 확인할 때도 거슬리게 하지 않는 편안한 음악이 내가 글을 쓸 때 좋은 배경 음악이 되어 주었다. 


뭐 대단한 작품을 쓴다고 이렇게 배경 음악에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셀프 동기부여로 신중하게 배경음악을 고르고 또 고른다. 배경 음악이 좋아 더 좋은 글을 쓸 수도 있고 나의 글쓰기를 멈추지 않게 한다면 기꺼이 좋은 배경 음악을 고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 이 글 뒤로 흐르고 있는 음악은 비 오는 이 밤에 어울리는 잔잔한 피아노의 재즈 선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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