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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Nov 16. 2020

시간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늦잠이 출근에 미치는 유의미한 고찰

맙소사!!

늦잠을 잤다.


'5분만 더.'라고 애꿎은 휴대전화 알람만 계속 끄다가 깜빡 깊이 잠들었나 보다. 빛과 같은 속도로 일어나 헐레벌떡 출근 준비를 한다. 나같이 아침잠이 많은 인간에게는 시간 맞춰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의 삶이 여간 고달픈 게 아니다.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다 그런 건 아닌가 보다. 하긴 나는 밤에는 놀고 싶고 아침에는 더 자고 싶은 야행성 인간이니 어쩔 수 없다.


아니다. 사실 나는 퇴근 후 느긋하게 자유시간을 누릴 여유도 없이 곧장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굳이 워라벨이라는 고급진 단어를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출근, 퇴근, 취침이라는 쳇바퀴 같은 삶을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침마다 종종 이렇게 늦잠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간밤에 졸린 눈을 부릅뜨며 인터넷 서핑을 할 때는 분명 즐거웠는데 그 유혹의 대가는 이렇게나 참혹하다.


그 날 아침도 악마의 유혹 같은 '5분만 더' 때문에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간 10분 전에 눈을 뜬 것이다. 자책할 시간도 아깝다. 일단 서둘러야 한다.


이럴 때는 행동이 얼마나 빠른지 신기하다. 부리나케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빗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 와중에 보일러와 전기 콘센트, 형광등까지 일사천리로 확인을 한 후 집을 나선다.




걸음을 재촉하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다행히 평소 출발시간과 3~4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렇지만 아침에 눈을 뜨며 놀랐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질 않았고 지각하면 어쩌나 싶어 불안하고 초조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알람이 한 번 울렸을 때 일어 날텐 데라며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다.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다.


그런데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고 앞질러 갈 수도 없는데 불안하고 초조해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다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가지자.'


그동안 읽었던 명상, 자기 계발, 성공법칙에 대한 책에서 습득한 내용 때문이었을까? 내가 떠올린 이 생각에 신뢰가 가면서 불안한 마음과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이렇게 결심한 순간 나를 둘러싼 에너지가 바뀌는 것을 느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지각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나는 제시간에 도착한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각'이라는 단어에 집중을 한다는 것은 '지각할 상황'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단어도 문장도 부정적인 에너지가 들어가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현상을 끌어당기는 것과 같다고 <시크릿>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불안한 마음은 불안한 상황을 계속 끌어당기게 되어 어쩌면 일어나지 않아도 될 부정적인 일을 자신이 만들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빨리 가지도 않고 느리게 가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의 마음이 서두르거나 늦장을 부려 시간에 쫓기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을 쫓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을 쫓을 수도 없고 따라잡을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이는 여전히 시간과 싸워 이기려 한다.


시간과 싸우려 한다면 그는 반드시 백전백패할 것이다.  


시간과 싸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과 생각을 바꾸고 나니 발걸음도 경쾌해졌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마을버스도 지하철도 내가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딱 맞춰 내 앞에서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제시간에 딱 맞춰 출근을 해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시간에 대해 초조해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집에서 일찍 출발한 날임에도 지하철이 여러 정거장에서 지체하는 날도 있었고, 집을 나섰는데 가져가야 할 중요한 물품을 놓고 와 도로 집에 가야 하는 날도 있었다.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에 집중하기보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과 지금 이 순간 나의 의식과 나의 몸이 함께 하고 있는지를 인지한다면 시간과 싸울 일도 없고 쫓아오는 시간 때문에 마음이 멀리 달아날 이유도 없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힘들었던 이유는 시간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과 어리석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이 곳, 여기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다면 시간은 적군이 아닌 아군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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