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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안 Dec 15. 2020

봄이를 기다리는 엄마-11편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오늘은 12월 15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듯한 2020년도가 16일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는 유독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렇게 느끼실듯하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하는데

슬프지만 맞는 말이다.


올해 9월 시험관을 처음 시작했고

어쩌면 올해 임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했었다.

근데 막상 해보니 과정이 쉽지 않다.


9월에 시험관 1차를 하고 아직 2차를 시작하지 못했다.

시험관 시술도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나의 몸상태가 맞아야 한다.

과배란을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1차 시도 후 한 달가량을 쉬었고

11월에 다시 시작하려 했으나 생각만큼 난포가 자라지 않아 자궁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을 먹고 12월에 다시 시작하자고 하셨다.

12월에 어김없이 병원에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공난포 1개가 큰 게 보여

야스민정을 3주 복용하고 경과를 보자고 하셨다.

공난포가 있으면 일반 난포를 자라게 하는 걸 방해해서

결과적으로 성공 확률을 떨어뜨린다.


시험관 1차를 하고 2차를 시작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그 사이 나의 멘탈도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멘탈을 잡기 위해 귀여운 버니 두 마리를 집에 들였다.

나는 난임 병원을 다니기로 결심하고

집에서 가까운 난임 전문 병원을 선택했다.

대신 선택한 병원에서 가장 유명한 선생님으로 결정했다.


병원에 가는 날이면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병원에 간다.

7시 20분쯤 병원에 도착하면 1층에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있다.

7시 30분에 병원에 들어갈 수 있고 8시부터 접수 가능

8시 반부터 진료가 시작된다.

7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해도 진료는 빨라야

10시쯤 볼 수 있다.

만약 오전에 채취나 이식 스케줄이 있다면

진료는 더 늦어진다.

내가 4달 가까이 난임 병원에 다니면서 가장 힘든 점이

이 기다림 인 것 같다.


2~3시간의 기다림 끝에 진료를 보고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결과를 받으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수가 없다.

어째됐던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후다닥 집에 와서 일을 시작한다.





40대에 시험관 성공한 스토리를 유튜브에서 보고

족욕을 매일 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하루에 2번씩 했으나 이건 좀 무리였다.)

몸을 최대한 따뜻하게 하려고 수면양말을 매일 신고 있고

따뜻한 물주머니를 갖고 일을 한다.

(나의 소소한 노력들 ㅋ)


2021년도에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한 가지 고민이 든다.

집 근처 병원을 계속 다녀야 할지

아니면 조금 힘들더라도 유명한 병원에 가야 할지

유명한 병원은 대기가 얼마 될까 미리 걱정되기도 한다.


인생은 원래 고민과 선택의 연속

오랜만에 쓰는 브런치 글이 좀 우울한 느낌이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남편과의 사진으로 탁상달력을 만들면서

2021년도 12월은 꽃밭 사진으로 채웠다.

꽃길만 걸으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내년도 힘들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는 왜?!

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좀 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찾아볼 것이다.


봄이야

너를 만나는 게 쉽지 않네

우리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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