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에 대한 나의 생각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곧 브랜드다
나이 마흔이 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명품 브랜드란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세계였다.
나의 이십 대. 그때는 유난히도 옷과 신발 등 패션에 관심이 많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은 돈으로 나를 꾸미기에 바빴다.
키가 작아 늘 커 보이고 싶은 욕심에 학교를 갈 때나 졸업 후 직장에 다닐 때나 나는 늘 뾰족한 하이힐과 함께 짧은 스커트를 즐겨 입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과 신발을 매치하여 완벽하다고 느껴졌을 때 외출을 하면 그날 하루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였지만 이상하게도 명품백이나 옷에는 관심이 없었다. 명품에 대한 관심이 1프로 없게 된 계기는 돈 때문이었을까?
대한민국이 IMF로 직격탄을 맞았었던 그때.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평생 가정주부로 살아오신 엄마는 밖으로 나가 일을 시작하셨고 은행에서 차압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제 막 성인이 되기 직전의 그 적절한 시기였다.
IMF로 인한 우리 집의 위기는 돈에 대한 개념과 올바른 소비에 관한 계획과 지출을 머릿속 안 깊숙하게 뿌리내려 놓았다.
그리고 돈에 관한 고찰은 인생의 큰 변환점이 되었다.
그러면 생각해 본다. 돈이 아주 많았더라면 그때 그렇게 어려움을 겪지 않고 풍족하게 자랐더라면 나도 명품 브랜드 소비에 가치를 두었을까?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가끔은 여자인 내가 보아도 외적으로 참 예쁜 사람들이 있다.
명품 브랜드를 걸치고 있지 않아도 얼굴에서 나타나는 그 사람의 표정과 그에 어우러지는 분위기.
매너 있는 태도와 교양 있는 말투, 사람에 대한 배려. 그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 사람만의 우아한 아우라의 향기를 뱉어내는 사람들이다.
반면 누가 보아도 값비싸 보이는 명품옷과 가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의 행복해 보이지 않는 모습과 몸에 밴 듯한 비매너적인 모습을 볼 때면 그 비싼 명품들마저 빛이 나지 않고 예쁘지 않다. 참으로 안타깝다.
결국 나를 돋보이게 하는 건 값비싼 브랜드가 아니라 지금 현재 행복한 나의 모습이다.
결국은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자신감과 높은 자존감, 삶을 향한 긍정적인 마음과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겸손한 마음.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성숙한 인간이 먼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다.
비싼 명품백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이런 생각부터 든다. 저 가방을 혹시나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늘 깨끗한 곳만 골라서 다닐 수는 없는 법. 조금 지저분한 자리에 툭툭 던져놓을 수는 있을까?
그렇게까지 깔끔하지 않고 성격이 섬세하지 않은 나는 어찌 보면 신줏단지 모시듯 들고 다니며 신경 쓰일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게 참 다행스러운 일이겠다.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넘는 명품가방과 신발로 나를 돋보이게 하는 그 껍데기 같은 그림자가 싫다.
나는 이런 걸 들고 다니는 사람이에요.라고 너무 드러내 놓고 의식하는 거 같아서. 나는 그게 참 낯간지럽고 어색하다.
비가 자주 내리는 곳에 살고 있으니까 방수가 잘 되어 있는 튼튼한 소재의 가방, 장시간 걸어도 날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편안한 신발. 무엇보다도 나에게 어울리는 색상의 액세서리들.
내가 생각하는 명품의 조건들이다. 결국에는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움.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곧 명품이다.
억지로 꾸며 내는 것을 싫어하고 낯간지러워하는 성격, 보여주기식이라면 어떤 형태로든지 손사래부터 치는 나는 명품 브랜드가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관심 밖이다.
오랜 시간 동안 노력과 희생을 바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 평범한 상품을 브랜드로 만들어 버린 긴 시간들 속 안에 녹아 있는 그들만의 기술력과 인내력, 자부심,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소비하겠다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생각들을 존중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명품이란 그것을 돈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아온 그 인내의 과정들을 묵묵하게 견뎌냈을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닮고 싶다.
다른 브랜드들을 내가 홍보해 줄게 아니라 나도 나의 가치를 인정받아 내가 곧 빛나는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게 곧 내가 생각하는 명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