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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풍자텔레비전을 보며.

by May

먼 타지에서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하나가 있다. 바로 풍자텔레비전. 유튜버이자 방송인인 풍자씨가 나오는 채널이다. 풍자씨를 보면 과감 없이 솔직해서 좋다. 꾸미지 않은 대로 솔직하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하는 모습.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그녀의 용기와 그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하는 풍뎅이다. (풍뎅이는 풍자씨가 팬들에게 부르는 애칭)


캠핑을 좋아하는 그녀는 요즘 캠핑 다니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자주 보여주고 있다. 조용한 산자락 아래 자연이 주는 고즈넉한 그곳에서 진솔하게 이야기를 꺼내 놓고는 한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마치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따뜻하고 정겹다.

얼마 전 캠핑장에서 풍자씨가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출처 - 유튜브 풍자텔레비전)

나이 먹기 싫은 서러움이 많이 와요.
그냥 평생 30대가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나이 먹는 게 싫다고 말하며 평생 30대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된다.

나 역시 돌이켜 보면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그 일 년 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붙잡고 싶었고 무심하게도 흘러가는 시간들을 보며 얼마나 또 서러웠던지!


이십대라서 그때만 들을 수 있는 찬란한 말들이 참 좋았다. 예를 들면 "이십대라 젊어서 좋겠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지" "화장 안 해도 그냥 예쁘지" 등 이십 대만이 들을 수 있는 대단히 예쁜 말들이 있다.

나 역시도 스물아홉이 된 순간 죽어도 서른 살이라는 그곳으로 발을 들여놓기가 싫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마흔이 넘은 지금. 비로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 거 같다. 내가 왜 그렇게 이십 대의 마지막을 슬퍼하고 서른으로 넘어가기를 거부했던 건지.


참 열심히도 살았다. 이십 대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도전해 보았던 시기였다. 혼자 스스로 많은 것들을 해 보았고 그 경험들이 바탕이 되고 확장이 되어 삼십 대를 잘 버티어내고 살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나의 이십 대가 가장 아름다웠고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그토록 이십 대의 끝자락이 아쉬웠었다.


풍자씨가 삼십 대에 머무르고 싶다고 말하는 이야기는 곧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삼십 대를 보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자리에 머무르고 싶다는 건 내가 지금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토록 거부하던 삼십 대를 보내다 보니 마흔을 맞이하는 마음은 조금 더 가벼워졌다. 그리고 삼십 대를 지나고 마흔이 넘으니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포기할 거는 포기하게 되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물론 마흔이 넘으면서 나이를 잊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세지 않기 시작했다. 마흔 넘다 보니 라는 말을 습관처럼 달고 다닐까 봐. 마흔이라는 나이를 비겁한 변명의 방패로 삼을까 봐 아예 나이를 세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보면 대신 이렇게 대답한다.

"82년 생이요."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 오십 대 등... 각각의 십 년 동안 각자가 살아온 그 시간들은 참 귀중하고 소중하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슬프고 서럽기도 하다.


그러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들을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보낼 것. 내가 보낸 시간들은 십 년 이십 년 뒤 진한 향기를 만들어 낸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잠시 나의 스물아홉을 떠오르게 해 준 풍자씨를 보며 따뜻한 댓글 하나를 남겼다.


풍자님, 마흔 넘어가서 보니 삼십 대랑은 다르게 포기할 건 포기하고 받아들이고 놓게 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괜찮습니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열심히 삼십 대를 보내고 있으며 다가올 마흔을 두려워하는 풍자씨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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